- 최근 5년간, 전체 의결권 행사 11,407건 중 90%인 10,227건이 찬성표 -
- 최근 5년간, 중요안건을 결정해야하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단 5차례만 열려 -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이 기업에 대한 법률이 보장한 주주권 행사에 있어 대주주의 거수기 역할만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목희 의원(서울 금천)이 최근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로 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이 전체 의결권 행사 11,407건 중 90%인 10,227건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9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604개 기업의 2,511개 안건 중 89.05%인 2,236건이 찬성, 반대는 274건에 불과했다.
2009년부터 2012년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은 2,003건의 행사안건 중 93.11%인 1,865건이 찬성, 2010년은 2,153건 중 91.92%인 1,979건이 찬성, 2011년은 2,175건 중 92.97%인 2,022건이 찬성, 2012년은 2,565건 중 82.84%인 2,125건이 찬성으로 나타났다. 다만 2012년은 상법개정 관련 정관 변경 반대 안건이 증가하여 반대 비율이 증가하였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하이닉스반도체 정관변경 안에 대해서도 찬성하였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기존 정관에 따르면 이사의 보수는 이사회가 지급여부 및 금액을 정하도록 하였으나, 개정된 안에서는 이를 삭제하여 개별이사에 대한 보수의 지급여부 및 금액을 대표이사의 전결사항으로 조정하였다. 이는 그동안 경영진의 급여 및 승진을 결정하던 인사위원회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으로, 공정한 보수의 결정이나 집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고, 사실상 지배주주 및 대표이사의 이사회 장악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 내 위원회로서 기존의 이사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 변경하였다. 이 경우 사외이사 후보추천 역할은 그대로 유지가 되지만 사내이사후보를 심사하는 역할은 사실상 폐지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것만 보더라도 국민연금은 대주주의 거수기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를 경우 반대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반대하지 아니한 경우가 이뿐만이 아니었다. 롯데 신동빈 회장은 16개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었고, 신영자 사장은 12개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국민연금은 롯데쇼핑 이사선임에 있어서 찬성표를 행사하였다. 또한 2010년 SK건설 조기행 사장은 최태원 회장과 SK C&C간 부당주식거래에 연루되어 1,2심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 국민연금은 SK텔레콤 이사선임에 있어서 찬성표를 행사하였다.
이는 국민연금 지침에 주주가치 훼손 이력 및 겸직과다에 대한 근거가 명시되어 있지만, ‘과도한 겸임’, ‘기업가치훼손’ 등으로 내용이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만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의결권 행사방향을 정해야 하는 투자위원회의 경우 일관된 결정을 내리기 힘들고, 담당자의 자의적인 판단 또한 개입될 가능성이 매우 커지게 된다.
한편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이하 위원회) 운영 규정 제1조에 따르면, 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함에 있어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위원회’는 11,407건의 안건 중 단 5건의 안건 밖에 결정하지 않았다. 2009년에는 한단정보통신의 재무제표 및 이사선임 건이었고, 2010년․2011년은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으며, 2012년은 하이닉스반도체 이사선임의건, 2013년도는 동아제약 분할계약 승인 및 정관변경 건이었다. ‘위원회’는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 이사선임에 대해서는 관례를 깨고 Shadow Voting의 방법으로 중립을 행사해 일부 의결권행사전문위원 사퇴 등 국민연금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사례가 있었다.
이목희의원은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의 기관투자자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함으로서 그 위상에 걸 맞는 책임과 역할을 다해한다. 하지만 법률이 보장한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에 있어 대주주의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 문제의 원인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 및 세부기준이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의결권행사지침과 세부기준을 보다 구체화하는 작업이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행사함에 있어 대주주들에 따라 무조건적인 찬성보다는, 규정에 따라 주요 사안들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 있어서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통해 의결권이 합리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도 소신 있는 의결권 행사를 통해 국민의 기금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신의성실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표: <최근 5년간 의결권 행사 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