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중학교 20~30개 체험처 제공, 농산어촌 학교는 5곳도 안되는 곳 ‘수두룩’ 스포츠 관람, 스키캠프 참여가 전부인 학교도...지자체·교육청 지원 협력 절실 “또다른 교육격차 대비 보완책 마련하고, ‘외형 늘리기’ 실적보다 내실 기해야”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문 주요 국정과제인 ‘자유학기제’가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경기 고양 일산동구)이 교육부 및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유학기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진로체험활동이 상당수 학교에서는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은혜 의원은 2014년 자유학기제를 실시한 811개 중학교(전체 중학교 25%) 중에서 시·도별로 무작위 선정한 151개 중학교 자유학기제 진로체험활동 실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한 학기동안 진로체험을 실시한 날짜 수가 5일 이하인 학교수가 69개로 45.7%나 됐으며, 진로체험활동을 다녀온 장소가 5개 이하인 학교는 31개교(20.5%)에 달했다. 체험일이 10일 이하는 125개교로 82.8%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체험장소 역시 15곳 이하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이와 같이 진로체험활동 장소가 적은 곳은 서울, 경기 등 대도시가 아닌 도단위 지방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기를 제외한 도단위 지역의 경우 26.4%의 학교가 5곳 이하로 진로체험학교를 다녀온 것으로 조사된 반면, 서울 및 경기를 포함한 대도시 지역의 경우 15.2%에 그쳤다. 서울은 조사 대상 29개 학교중 2개 학교만이 5곳 이하로 진로체험활동을 다녀왔고, 부산은 조사대상 7개 학교 중 한 곳도 없었다. 한편, 진로체험날짜가 적은 곳은 도단위 지역보다는 대도시가 더 비율이 높았다. 대도시 지역의 53.2%의 중학교는 5일 이하로 진로체험활동을 실시했다. 학생수가 많고 수업공백의 부담 때문에 여러 진로체험장소를 갈라져서 동시에 방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표 : 첨부파일 참조
진로체험활동 장소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섭외한 곳이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았다. 2014년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한 전국 151개 중학교에서 방문한 진로체험 장소는 모두 2,699곳이었는데 그중 1,908곳(73.1%)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섭외를 했으며, 교육청이 진로체험장소 섭외에 나선 경우는 352곳으로 13.5%에 그쳤다. 또한 지자체가 장소섭외에 나서준 경우는 198곳에 그쳐 7.6%에 그쳤으며, 체험처에서 먼저 요청을 해와 진로체험을 한 경우는 5.8%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 지자체와 체험처의 적극적인 태도와 인식이 부족한 곳으로 보인다.
※ 표 : 첨부파일 참조
서울의 경우 지자체에서 장소 섭외를 추진한 경우가 162곳이나 되었는데, 전국 합계(198곳)의 82%나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이런 지역사회의 관심에 힘입어 서울의 경우 학생들이 방문한 진로체험활동 장소가 30곳 이상 되는 학교가 29개 학교중 19개나 될 정도6였다. 경기도에서는 393곳 중에서 91곳을 교육청이 섭외를 진행했으며, 부산도 68곳 중 27곳, 전남도 99곳 중에서 41곳을 교육청에서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강원도는 조사대상 학교중교육청으로부터 단 한곳도 장소 섭외 협조를 받지 못했으며, 경북도 105곳 중 4곳 정도만이 교육청의 섭외 협조를 받아 진로체험활동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자유학기제 진로체험활동의 격차는 학교별 사례를 살펴보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우선 원활하게 자유학기제가 실시된 것으로 보이는 서울 성북구에 소재한 A중학교(대상학생 183명)의 사례를 보면 모든 학생 또는 수십 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현장견학형 진로체험활동만 10군데에서 이뤄졌다. 한국잡월드부터 육군사관학교, 소방서, 미술관, 조세·신문·은행사 박물관, 뷰티아카데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현장 견학을 실시했으며, 소그룹별로 실시하는 현장직업체험형 체험활동 역시 26곳에서 진행됐다. 의약·예술·체육·법조·패션·조리·미용·항공·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진행됐다. 한 명의 중학생이 모든 체험을 해볼 수는 없었어도 자신이 생각하는 분야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하여 체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알찬 기회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학교의 특징은 지자체에서 진로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섭외하여 추진한 횟수가 무려 33회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