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를 매각하면서 무단점유자 포기각서 받아온 참가자에게만 입찰자격 이후 매각조건에는 무단점유자의 무단사용료 40억원 강제 부담
철도공사가 보유한 토지를 매각하면서 입찰자에게 상식 밖의 불공정한 조건을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에는 공기업의 계약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되어야 하며, 공기업이 상대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나 조건을 걸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제5조제1항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계약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되어야 하며,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하여야 한다.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제5조제2항 기관장 또는 계약담당자는 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 규칙 및 관계 법령에 따른 계약 상대자의 계약상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나 조건을 정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지난 2008년 1월, 한강로2가 무허가촌 10,000㎡의 매각을 공고하면서 무단점유자의 포기각서를 받아 공증까지 해올 것을 강제했다. 전체 무단점유자 가운데 70%의 포기각서를 받아온 입찰희망자에게만 입찰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결국 철도공사는 입찰참가자가 대신 받아온 70%의 포기각서를 통해 무허가건물을 상대로 한 철거 및 명도소송에서 승소했다.
3. 입찰참가자격 가. 매각부지내 기존무단건물(2007.12.3일까지 무허가건축물대장에 등록되어 있는 건물) 또는 등기된 건물(1981.4.30이전 등기(등재)된 건물)의 각각 소유자와 공증절차까지 완료된 매수포기동의서(각서)를 70%이상 확보한 자 (구체적사항은 4.매수포기 동의서(각서) 제출 및 붙임자료 참고)
이후 철도공사는 2014년에 해당부지의 매각을 다시 공고하면서 이번에는 대상 부지에서 발생된 무단사용료 40억 원을 낙찰자에게 대신 지급하라는 내용의 매각조건을 걸었다.
※ 그림자료 : 첨부파일 참조
무단사용료의 경우 철도공사가 이미 소송을 통해 법적 채권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자체적으로 회수하지 않고 낙찰자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다. 특히 철도공사가 보유한 채권은 매각대상에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채권은 철도공사가 계속 보유하면서 그동안의 무단 사용료만 대신 납부하라는 것이다.
철도공사의 이러한 공매조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기재부와 법률자문에도 잘 나타나 있다. 기재부는 해당 공매조건에 대해 계약사무규칙 부당특약의 소지를 상당히 내포하고 있음을 서면으로 밝혔다. 철도공사가 의뢰한 법률자문에도 이같은 내용이 잘 정리돼 있다.
D법무법인은 “기획재정부의 2015. 3. 10.자 질의 회신서에 따르면, 계약사무규칙 제5조 제2항의 이른바 ‘부당한 특약 또는 조건’이라 함은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제한하고, 그 제한이 통상적으로 계약상대자가 수인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는 계약의 특약 또는 조건’을 의미한다고 유권해석한바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철도공사가 해당 계약의 위법성 여부를 의뢰한 법률자문에도 “계약사무규칙 제5조 제2항에 위반되는 것으로 보일 소지”가 있으며, “논란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 본건 부동산과 본건 무단사용료 채권을 함께 매각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다른 법률 자문은 더욱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D법무법인은 “귀 공사가 이 사건 토지를 매각하면서 미지급된 무단사용료채권을 매입자에게 부담하도록 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계약사무규칙 제5조 제2항 또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합니다) 시행령 제4조의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계약사무규칙 제6조의3과 제5조제1항을 위반할 소지가 있으며, 낙찰자에게 전가시킨 무단사용료 채권액의 규모가 크고 회수가 어려운 채권인 점을 들어 문제가 있음을 확인해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