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노인의 날을 맞아 어르신들과 함께 한 오찬에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절망과 좌절의 풍조가 번져가고 있어 걱정이 된다”며 “세계가 부러워하고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참모습을 바로 보고, 희망과 긍정의 힘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고 한다.
개발연대 주역인 어르신들 앞에서 ‘한강의 기적’과 ‘새마을 운동’을 반복하면서 청년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걱정스럽다. 절대빈곤에서 개인의 노력과 희생으로 많은 성취와 국가의 성장을 이뤄온 과거와 지금 청년들이 놓인 현실은 판이하다.
학생들 5명 중 한 명꼴로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최근 OECD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꼴찌이다. 지난 8월 청년실업률은 9.3%로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퇴한 부모의 연금을 빨대로 쪽쪽 빨아먹는다고 ‘빨대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도한 가계부담이 되고 있는 사교육비는 실버푸어(빈곤한 노년층) 양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아르바이트와 대출로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는 없고 연애는 사치이고 결혼은 꿈도 못 꾸는 삼포, N포세대가 오늘 날의 청년들이다. 청년들이 낭만주의 유행사조를 흉내 내려 절망하고 좌절하는 것이 아니다. 번듯하고 멋진 대한민국의 모습을 바로보지 못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신용등급 상승과 수출 강국, 경제대국의 화려한 통계를 무한반복해도 대한민국 청년 삶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강요한다고 자부심과 긍지가 부풀어 오르지 않는다.
제대로 일할 공정한 기회, 땀 흘리는 보람을 느끼는 사회와 터전 마련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 젊은이들 나쁜 풍조 탓하기보다 훨씬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