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반쪽 국감’이 현실화 됐다. 행정부 감시와 견제라는 신성한 입법부 권한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가 스스로의 권한과 책무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국회의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진짜 위기’이다.
국회의원은 정당으로도 존재하지만, 개별 의원 한 명, 한 명이 동등한 권한과 책무를 갖는 신성한 헌법적 지위를 가진 존재이다. 국회의원은 정당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수시로 각자의 독립적인 입장과 의견을 피력하고 관철해 나가기도 한다. 그것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어제 새누리당 의총에서 국정감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회피는 이 같은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님들은 국정감사에 임하셔야 한다.
■ 대통령 스스로 초래한 ‘파국적 상황’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대통령께서는 헌정 사상 초유의 해임건의안 거부권을 행사하고, 새누리당은 ‘국감 보이콧’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당의 기능마저 포기한 채 대통령 눈치 보기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한심한 노릇이지만, 모든 사안을 비상, 파국, 극단으로 몰아가는 대통령의 정국운영 방식이 파국의 주요인이다. ‘기, 승, 전, 위기’로 결론짓는 국정운영 방식에 국민도 지쳤고, 야당도 힘들다.
협치도 없고, 소통도 요원하다. ‘자기 식’이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외골수에 친박 의원을 제외하고는 여당 내부에서조차 반발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국정운영방식의 전면적 쇄신과 전환이 필요하다. 대통령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측근과 비선 실세들을 멀리 하고, 제대로 된 진언과 충언으로 국정을 이끌어 가야 한다. 대통령님의 결단을 촉구한다.
■ 경제를 ‘조금이라도 알면’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경제라는 것을 전혀 모른다”면서도 “법인세 인상을 단호히 반대 한다”고 했다. 하지만 경제를 조금이라도 알면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새누리당 집권 8년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법인세 유지” “증세 없는 복지” “재벌 대기업으로부터의 낙수효과”의 신화는 산산조각 났다. 맹목적인 믿음의 결과로 국내 경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양도 늘고 질도 나빠진 가계부채는 곪아터지기 직전이다. 청년들은 꿈을 잃어가고 있다.
국내 법인세는 최고세율 30%대인 미국, 독일 등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캐나다 등 일부 국가들은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법인세를 올리고 있다. 법인세 인상은 더 이상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아니다. 우리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함께 가야 오래 갈 수 있다. 우리 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법인세율 인상 등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비상시국’이라면서 골프를 치라니요!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안보위기, 경제위기에 몰린 ‘비상시국’이다. 이런 시기 대통령께서 장?차관들에게 내수 진작을 위해 골프를 치라고 하셨다는 보도가 나왔다. 상식을 초월한 발상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수출이 부진하고 내수가 어려운 상황이 골프 때문인가. 조선해운사들이 줄도산하고, 우리나라 상품을 실은 선박들이 조난선이 돼 바다를 떠다니고 있는 상황은 보이지도 않나.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안중에도 없는가.
발언을 듣게 될 국민의 마음은 어떨지 미리 생각했어야 한다. 대통령의 실언에 ‘자비로 골프를 치겠다’, ‘인증샷을 찍겠다’고 맞장구치는 각료들 모습은 별나라 사람들 같다. 현 정부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오각성하기 바란다.
■ ‘가습기살균제 피해 국정조사’ 기간 연장을 제안 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아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오랜 동안 정부의 무대책과 방치 속에 고통받아온 피해자들의 아픔을 이제 막 보듬기 시작했다.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를 진행했고, 모든 특위 위원들이 정당을 뛰어넘어 오로지 피해자들의 아픔만 보고 달려왔다.
진상규명, 피해구제, 재발방지책 마련 등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기금조성 공감대 형성, 영국 래킷벤키져 본사에 대한 조사 및 책임 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등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20대 국회에서 가장 모범적인 활동을 진행해온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위 기간을 연장할 것을 제안한다. 피해자들의 아픔에 여?야가 없었듯이 특위 연장에 대해서도 여?야가 다르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새누리당의 협조를 간곡하게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