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대 국회에서 사형폐지법률안을 발의했던 사람으로서, 또한 19대 국회에서 법률안을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말씀드리려 한다.
최근 아동대상 성범죄, 묻지마 살인과 같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살인행위 등 흉폭하고 끔찍한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범죄 예방을 위해 사형제도 존치필요성을 넘어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흉악범죄가 발생해 분노한 국민의 법 감정과 현행 법률을 놓고 이루어지는 논의는 일정 부분 필요하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 사형제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논의는 정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대표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정당, 정파의 유·불리에 따라 집단적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면 대표성을 상실하고 이는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는 결과로 표출될 수 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175명의 서명을 받아 법안을 제출했었는데, 이를 정당 별로 보면 열린우리당 121명, 한나라당 34명, 민주노동당 10명, 새천년민주당 7명, 무소속 3명이었다. 정당과 정파를 떠나 과반을 넘는 서명을 받았던 이유가 이제 우리 사회가 국민의 법 감정과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가치를 수렴할 시기가 되었다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UN은 1996년 공식 보고서를 통해‘사형제가 종신형 등의 제도보다 살인범죄에 대한 억지력이 높다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히려 사형제는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101개국이 모든 법률에서 사형을 폐지했고, 지난 1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도 52개국이다. 우리나라 역시 1997년 집행이후 14년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실질적 폐지국이다. 아울러 10월 10일이 세계사형폐지의 날인데, 종단과 국내외 인권단체들과 협의하며 법률안을 성안하고 있고 그 날에 맞춰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