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가 열중쉬어하고 있는 동안 북한정권의 최대 표적이 박근혜 대통령이 돼버렸다. 심리전을 하던 선전전을 하던 어떻게 국가원수가 대북전선의 최전선에서 싸우도록 하는가? 이 엄중한 상황에서 정부 공직자의 자리는 해설자석인가 관중석인가? 대통령께서 직접 말씀하실 메시지가 분명 있다. 하지만 ‘모든 메시지’를 대통령께서 직접 다 하실 수는 없다. 대통령이 ‘대변인’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금은 대북정책뿐 아니라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그런 모습이다. 정부가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하지만 협업도 안 될뿐더러, 대통령과 국무위원들 간 ‘분업’도 안 되고 있다.
■ 국가 최고지도자에겐 항상 <전략적 공간과 여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정책을 집행할 때, 크게 도약하거나 혹은 우회하고 물러설 여지와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 공간과 여백이 깊고 넓을수록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국가의 힘이 강해진다. 그리고 그런 공간을 전략적으로 넓게 만들어가는 게 바로 ‘유연성’이다. 그러기에 유연성은 결코 약한 게 아니다. ‘전략적 유연성’이야말로 진짜 강한 정부만이 구사할 수 있는 ‘힘’이다. 힘이 없으면 유연성도 발휘할 수 없다. 통일부는 우리가 북한 문제를 푸는데 쓸 수 있는 선택지를 더 많이 더 다양하게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평양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접촉선을 이중삼중 복수로 확보하는 일 ▲특사든 특임파견관이든 북한 지도부의 생각을 직접 읽을 수 있는 경로를 뚫는 일 ▲최소한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을 통해 국면을 바꾸는 일 등이 그런 것이다.
2. 북한체제 위기
■ 지금 북한 체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거나 혹은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부의 논지를 보면, ‘북한 시장경제의 진화’와 ‘일반주민의 의식변화 ․ 생활변화’는 과소평가하고, ‘엘리트층 ․ 체제보위계층에서의 이탈’은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북한 권부에 포진한 세력들은 마치 분리할 수 없는 쇠사슬로 서로 엮여있는 공동운명체와 같다. 개인이탈은 가능해도 집단행동은 불가능하다. 이권 쟁탈을 위해 싸우지만 체제에 균열을 가하는 일은 벌이지 않는다. 적어도 아직은 그렇다. 북한정세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오판하지 않고 실수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