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만났다던 금감원장 증언과 배치, 날짜도 달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의원(민주당)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산은지주 홍기택 회장이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하여 청와대 대책회의에 세 차례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산업은행이 제출한 홍기택 회장의 ‘청와대 출입현황’자료에 의해 밝혀졌는데, 지난 18일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청와대의 동양그룹 관련 대책회의는 한 차례밖에 없었다는 최수현 금감원장의 증언내용과 상치되는 내용이라 주목된다.
당시 최수현 원장은 청와대의 대책회의에 참석한 사실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다 산업은행 측이 홍기택 회장의 회의 참석 사실을 인정하자 그때서야 마지못해 회의 참석 사실을 인정해 위증 논란에 휘말린바 있다.
당시 최수현 원장은 마지못해 한 증언에서 “8월 중·하순경에 한 번 만났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산은지주 홍기택 회장의 청와대 출입 기록에 의하면 국정감사 일주일 전인 10월 6일에도 대책회의가 있었다. 또한 산업은행은 홍기택 회장이 금융감독원장, 조원동 경제수석을 청와대에서 만난 목적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산업은행이 거래하고 있는 동양그룹의 거래상황에 대하여 설명하였음.”이라고 답변했다.
산업은행이 제출한 이 자료에 따르면 홍기택 회장은 9월 1일, 9월 22일, 10월 6일, 세 차례 걸쳐 청와대 대책회의에 참석했고 그 자리에서 동양그룹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나온다. 최수현 원장은 4자(조원동 경제수석,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가 청와대에서 9월과 10월에 세 차례 만나 동양그룹 사태를 논의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금융당국이 무언가 계속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수장인 금융감독원장은 처음엔 대책회의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숨겼다. 그리고 야당의 추궁이 이어지자 어쩔 수 없이 인정한 사실조차 거짓말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수현 원장은 홍기택 회장을 비롯해 조원동 경제수석과 신제윤 금융위원장까지 4자가 8월 중·하순경에 청와대에서 단 한차례 만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밝힌 내용은 이와는 전혀 딴판이다. 홍기택 회장은 8월 하순에는 청와대에 간 적이 없고 9월에 두 차례, 10월에 한 차례 청와대에서 대책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금융당국의 수장들은 서로 다른 증언을 하고 있다. 무엇을 숨기고 누구를 보호하려는 것인지 모르지만 동양 사태로 피끓는 절규를 하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 김기준 의원은 “정부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동양 사태를 못 막은 것도 심각한 일인데 이제는 진실조차 숨기려하고 있다. 지금 세간에는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과 동양증권의 정진석 사장 등 오너 일가와 금융당국 수장들 간에 얽혀 있는 학연이나 사외이사 참여 경력 등으로 인해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11월 1일 다시 열리는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집중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첨부] 산업은행장의 청와대 출입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