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16일이다. 우리 제주도민들은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역사적인 순간, 제주 4.3의 영령들을 위로할 수 있는 4.3진상규명명예회복특별법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오늘은 바로 그 날을 기념하는 날로써 17돌을 맞이했다.
그러나 제주4.3특별법은 만들어졌지만, 정부의 성격에 따라서 진도가 나갈 수 있던 때도 있었고 퇴행하는 때도 있었다. 여러분 중에는 진실을 향해서 줄기차게, 어떤 분은 아마 일생을 바치다시피 하셨고, 어떤 분은 탄압과 질시 질타 속에서도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남몰래 가슴치고 눈물 흘리면서 4.3의 진실에 젊은 청춘을 바쳤던 그런 분들도 많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특히 이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는 역사왜곡을 통해서, 우리 후손들에게 가르쳐야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해서, 제주4.3의 피해자를 마치 폭도인양, 또 가해자로 어떤 사건의 단초와 원인을 제공했던 것처럼, 잘못 기술하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실정과 민주주의 퇴행을 바로 잡고 나아갈 수 있는 탄핵안 가결이 일주일 전에 이뤄졌다. 그래서 오늘 어떻게 보면 제주4.3도 이제 제대로 밝은 빛을 볼 수 있는 희망찬 순간을 함께 하는 것 같다.
저는 여러분이 주신 ‘제주 4.3 명예도민 제1호’를 제 인생의 가장 영광스러운 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제가 정부기록보존소에 보관창고를 뒤져서 군법회의 수형인명부를 발굴함으로써, 4.3을 단순히 제주도만 아는 사실이 아니라 역사에서 하나의 논거를 가지고 진실을 파헤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로 증거를 발견했을 때, 저는 막힌 체증이 확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일을 계기로 해서 4.3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공론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제 육지에서도 여러분이 애써 오신 것에 조금이라도 힘을 쓸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 그러나 여전히 역사 속에서 깨닫는 것은, 우리가 자칫 민주주의를 소홀히 하는 순간 또다시 앞으로의 역사에서도 4.3과 같은 비극이 재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미완의 4.3을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 것인가는 여전히 우리 시대의 과제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익숙한 이름들이 여기 계신다. 오늘 토론해주시는 김종민 전문위원님, 제가 제일 존경하는 기자였고 지금도 존경한다. 이장희 교수님, 채형복 교수님, 한성훈 교수님, 허호준 한겨레신문 국장님, 그리고 한국의 과거사 청산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장완익 변호사님께 박수를 부탁드린다. 또 도민학살에 대한 미국의 책임문제를 짚어주실 허상수 교수님도 오셨다.
여러분이 한 결 같이 사랑해주시는 우리당 의원님들 세분이 오셨는데, 이 세분을 뵐 때마다 든든하고 반갑다. 저도 제주도 국회의원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존경하는 강창일 의원님, 오영훈 의원님, 위성곤 의원님 세분께 박수 부탁드린다.
이 일은 4.3 유족들만의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 세우고 역사의 정기와 기상을 정립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오늘 모두 축하드리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