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노래임은 주지의 사실이자 국민적 상식
- 이 노래에 대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 오히려 국민분열을 조장
- 일부 단체가 노래의 배경을 작사자의 8년 뒤 밀입북과 10년 뒤 북한영화와 연결시키는 것은 모순
- 민주화를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포용은 국민대통합을 위해서도 필요
□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인‘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자는 각계의 정당한 촉구와, 이 노래를 5.18 기념식에서 제창하게 해달라는 5.18단체들의 요구에 정부가 여전히 불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이에 유감을 표한다.
□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8일 국회에서 “(기념곡 지정에 대해) 워낙 강한 반대 여론이 있기 때문에 자칫 국론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발언했고, 국가보훈처는 이 노래가 “북한과 관련된 노래”라는 주장을 폈다고 하는데, 본의원은 이러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 오히려‘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사실관계를 확인하면, 정부의 인식과 태도가 잘못되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난 1980년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과 광주 들불야학을 이끌다 1979년 사망한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1981년 소설가 황석영과 전남대생 김종률이 백기완 선생의 시를 기반으로 만든 노래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이 노래는 금세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민주화운동의 현장에서 수많은 활동가들과 국민들이 부르게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곡이 5.18 민주항쟁의 상징적인 노래라는 점은 국민적 상식인 셈이다.
□ 이런 가운데 보훈 분야를 다루는 일부 우파단체들이 이 노래의 작사자는“월북”인사라는 점과, 이 곡이 북한영화의 배경음악이라며 5.18 기념곡으로의 지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담은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해 사회적 논란을 한층 더 가열시켰다. 그러나 이 노래를 작사한 황석영 씨의 밀입북은 1989년 이뤄졌고, 해당 북한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는 1991년에 제작된 바, <임을 위한 행진곡>의 배경을 작사자의 8년 뒤 입북과 10년 뒤 제작된 북한영화에 억지로 연결시키는 것은 인과관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모순이다.
□ 또, 황석영 씨가 몇 년 후 친북행위를 했다 하여 이 노래를 부르지 말자는 주장은, 안익태 씨에게 친일 의혹이 있으니 애국가를 불러선 안 된다는 일부 좌파의 주장과 같이, 잘못된 논거에 기초한 궤변이다.
□ 우파 일각에서는 또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에서 만들어져 남쪽으로 확산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북한이 남남갈등을 일으키기 위해 통일전선전술의 일환으로 이 곡에 대한 논란을 추동해 악용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우리사회가 이 노래의 배경을 오해하고, 이로 인해 갈등하고 반목함으로써 북한의 대남전술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
□ 그런가 하면,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북한에서 부르는 노래인데, 여기서‘임’이 지칭하는 것은 김일성이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북측에서도 부르는 노래이며 그 통일은 적화통일을 의미하는 것이니 부르지 말자고 하는 것과 같이 터무니없는 망상이다.
□ 뿐만 아니라, 통진당이 애국가 대신 부르는 곡이라는 이유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애국가 안 부른 통진당을 문제 삼아야지, 애꿎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문제 삼는 건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격이다.
□ 일부 국민들에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야외집회 때 시위대가 시끄럽게 틀어 놓는 노래라는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 노래가 시위 단골곡이 된 것은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노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의 모토가 민주화세력ㆍ산업화세력의 대통합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민주화를 상징하는 이 노래를 포용하는 것은 국민대통합의 길이다.
□ 한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작금의 소모적 논란은 기념행사 주관부처인 국가보훈처의 전향적인 자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바로 이 노래를 5.18 기념곡으로 지정한다고 발표만 하면 되는 것이다. 주요 국경일인 3.1절이나 제헌절, 개천절 등에 제창되는 각각의 기념곡들도, 당시 주무부처가 공모ㆍ의뢰 등을 통해 제정하고 공포(公布)하여 해당 국경일의 기념식에서 제창돼왔다. 따라서 <임을 위한 행진곡> 역시 기존 관행대로 국가보훈처가 결정만 내리면 5.18 기념곡으로 지정되는 것이다. 국가보훈처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 이 노래를 5.18 기념곡으로 공포하여 이번 5.18 행사에서는 이 노래가 제창되는 모습을 보게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