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치원 파문은 우연이 아냐... 아이들 미래로 도박하지 말라 - 아이들에게 엄청난 희생 요구하는 학제개편안 철회해야 - 안철수 교육개혁은 ‘새정치’ 못지않은 허구 될 것
이 범 (교육평론가, 2012년 안철수 대선캠프 교육정책팀에서 활동) 2000년 메가스터디 창업멤버(수능 과학탐구영역 스타강사), 2004년 사교육계에 환멸을 느껴 은퇴후 교육평론가로 활동. 2010-12년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 2014-16년 더불어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현 민주연구원) 부원장 역임. 최근 더불어민주당 당내경선과정에서 국민성장 교육팀에서 활동. 현재 더불어민주당 대선캠프 정책본부(교육혁신 정책심의위원장)
1. 2013년생~2016년생 사이 엄청난 고난을 겪을 ‘어둠의 세대’ 나온다
◎ 현 학제는 만6세입학 18세 고교졸업, 안철수 후보의 학제개편안은 만5세입학 17세 고교졸업. 과도기 12년간 2중 체제를 유지해야 하므로 이로 인한 혼란과 비용이 막대함. 특히 구제도 마지막 학년과 신제도 첫학년이 겹침. 이들은 12년간 나란히 초-중-고를 거쳐 두 배의 대입경쟁, 두 배의 취업경쟁을 하게 됨.
◎ 만일 안철수 후보가 집권하여 집권 5년차인 2021년에 신제도 1학년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면, 2014년생(만6세)과 2015년생(만5세)가 겹침. 신제도의 도입이 1년 먼저인 2020년에 이뤄진다면 2013년생과 2014년생이 겹침. 1년 나중인 2022년에 도입된다면 2015년생과 2016년생이 겹침.
※ 표 : 첨부파일 참조
◎ 결국 2013년생~2016년생 사이에 2배의 대입경쟁과 2배의 취업경쟁으로 고난과 희생을 겪게 될 ‘어둠의 세대’가 나타남. 적어도 2013년생~2016년생인 아이를 둔 부모라면 안철수 후보의 학제개편안에 절대 반대하는 것이 합리적.
◎ 첫해에 만5세 중 10%만 취학시키는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매년 만5세 취학율을 10%씩 늘려가는 방식을 채택할 수도 있음. 그런데 이런 방식을 채택하면 새 학제가 완성되기까지 12년 더하기 9년, 총 21년이 걸림. 2중학제를 운영하는 과도기가 12년이어도 교육행정상 엄청난 부담과 혼란을 유발하는데, 무려 21년간 과도기를 겪어야 한다면 이 학제개편안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 유치원 파문에서 드러난 것처럼, 학제개편안 또한 아이들과 부모들의 구체적인 생활과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독선을 드러내고 있음
2. ‘새정치’의 재판(再版), 기대감을 유발하나 내용이 없다
○ 정치에 대한 불만 → ‘새정치’로 기대감 유발 → 내용은? ○ 교육에 대한 불만 → 학제개편으로 기대감 유발 → 내용은?
◎ 우리 교육이 언제부터 학제 개편이 안되어서 문제였는가? 우리 교육의 주요한 문제들인 과열 경쟁, 사교육, 주입식 교육, 교사·학생의 낮은 자율성 등은 학제가 6-3-3이라서 생긴 문제가 결코 아니며 5-5-2로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님. 우리와 유사한 학제로도 얼마든지 다른 교육을 할 수 있음. 예를 들어 최고의 교육선진국인 핀란드는 9+3. (초등학교와 중학교 통합 9년, 고등학교 3년)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창의적 교육이 이뤄지려면 대학서열로 인한 과열경쟁을 완화하고,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수준을 높이고, 이미 시작된 혁신교육의 바람을 확산하고 제도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함.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가로막는 적폐를 청산해야 함.
◎ 학제는 일종의 껍데기일 뿐, 내용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중요함. 이것은 미래의 무슨 위원회의 과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되면 ‘당장’ 시동을 걸어야 하는 변화임.
3. 고졸, 직업교육에 대한 배려가 없다
◎ 안철수 후보의 학제개편안은 5-5-2로서 고등학교 단계가 2개 학년으로 축소됨. 고등학교 과정을 2년간 운영하는 나라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영국 등), 2년으로는 직업교육이 충실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중요한 단점이 있음. 대부분의 나라들은 고등학교 과정(의무교육 다음 단계)이 3년 또는 4년임.
◎ 현재 우리나라에서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3년간 운영하는데, 충실한 직업교육을 하기에는 3년도 짧다는 의견도 있음. 그런데 고등학교 2년 교육으로 과연 직업세계로 바로 진출할 수 있는 내실있는 직업교육이 가능할 것인가? 고졸만세, 학력차별 없는 사회를 원하는 시대적 요청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것임.
○ 안철수 후보의 유치원 파문에서 드러난 것처럼, 안철수의 학제개편안 또한 현장의 상황과 정서를 전혀 모르고 아웃소싱한 내용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임. 국민들은 ‘새정치’처럼 내용없는 이미지 정치에 속지 말고 올바르게 판단해야 할 것이고, 안철수 후보는 껍데기가 아닌 내용을 내놓아야 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