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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국회의원 보도자료

    ‘과학기술 혁명으로 여는 미래’ 과학기술인과의 대화

    • 보도일
      2017. 4. 18.
    • 구분
      정당
    • 기관명
      국민의당
▣ 안철수 대통령후보
 
제가 다녔던 직장이어서 감회가 더 새롭다. 5년 전 대선 때도 찾아뵙고 학생들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5년 전 강연에서 3D 프린터 이야기를 했었다. 3D프린터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 당시 카이스트에서는 3D 프린터를 연구실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그때와 지금의 다른 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는 여러 의미가 있고, 사람마다 그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저는 4차 산업혁명을 ‘융합 혁명’이라고 정의한다. 1차, 2차 3차 산업은 한 가지 기술에 의한 혁명이었다. 1차는 증기 기관, 2차는 전기, 3차는 IT 기술에 의한 기술이었다. 한 가지 기술에 의한 혁명이었던 만큼 미래 예측이 가능했다. 그래서 국가가 미리 계획을 세워 끌고 나갈 수 있었다. 미래 인재상에 대해서도 우리가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울 수 있었고, 그러다보니 국가가 교육을 주도했다. 그래서 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끌고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완전히 다르다. 한 가지 기술이 아닌 수많은 첨단 기술들이 동시에 발달하고, 이들끼리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합쳐지는 것이다. 그래서 제가 융합 혁명이라고 말씀드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미래 예측이 가능하지 않다. 미리 계획을 세워 끌고 갔다가는 엉뚱한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 대한 정부의 근본 철학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세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다. ‘4차 혁명시대에 대처하는 정부의 세 가지 역할’이 짧은 시간동안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내용이다.
 
첫 번째, 이제는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과 과학계 주도로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앞에서 끌고 갔다. 이제 정부는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먼저 결정했다. 이제는 민간과 현장에서 먼저 결정하고 정부는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연구 분야이다. 지금은 참담하다. 알파고 이후 갑자기 AI 투자에 난리법석인가 하면 ‘포켓몬 고’ 열풍에 VR, AR에 투자하겠다며 또 난리다. 우리나라가 뒤떨어지는 부분이 많다 보니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제 그래서는 안 된다. 국가가 계획을 세워 연구를 주도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따라서 이제는 현장에서 먼저 계획을 세우고 국가는 지원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기초연구 응용 연구 모두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연구자들이 먼저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선정하면 국가는 그것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1,2,3차 때처럼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 식으로 가자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이제는 국가가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둘째, 정부의 운용 철학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여러 연구개발에 대한 부분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들 중 하나가 감사제도다. 지금은 결과 위주의 감사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연구자들은 성공 확률이 높은 것만 연구하게 된다. 새로운 연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감사 제도에서 노벨상이 무슨 말인가. 노벨상 수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연구개발 정책이 바로 대한민국의 연구개발 정책이다. 앞으로는 감사부분에 대해서도 ‘결과 위주’가 아닌 ‘과정 위주’의 감사를 해야 한다. 과정에서 문제가 다면 결과에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새롭고 창의적인 연구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 중 하나가 서울공대 교수님들이 쓰신 ‘축적의 시간’이다. 여기 계신 분들도 거의 읽어보셨으리라 생각한다. 내용은 이렇다. 지금까지 우리는 남들이 해놓은 것을 따라갔기에 속도 있게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계에 부딪혔고, 이제는 새로운 것을 만들 때다. 그렇다고 무작정 새로운 것을 만들 수는 없다. 의지로 되는 일도 아니고 돈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것으로 만들 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시행착오의 경험이 축적된 상태’에서만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것이 ‘축적의 시간’의 요지다.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면 성공도 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실패하면 불이익만 주고 다시는 그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대한민국 사회는 축적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실패의 경험이 오랜 시간동안 축적이 되어야만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장시간 시행착오의 경험이 축적된 상태에서만 새로운 것을 설계하는 개념설계 역량이 생긴다’ 라는 것이 그 책의 요지다. 그것에 저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특히 연구개발 분야에서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정부의 구조가 바뀌어야 할 또 다른 분야는 연구개발비다. 연구개발비가 한 부서에 귀속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19조원의 개발 예산을 쓰고 있지만 각 부처마다 나뉘어 있는데다 국가의 필요에 따라 역동적으로 재분배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부처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한 부처에서 시급하지 않고 필요 없는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적으로 더 시급한 쪽에 돈을 내놓지 않는다. 이런 관행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국가의 위기상황 아닌가. 이제 부처마다 나눠서 가지고 있는 연구개발예산을 빼앗아 한 부처가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곳에 좀 더 역동적으로 배분하는 체계가 갖추어져야만 우리나라 미래가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말씀드릴 부분은 ‘과학기술 인력의 대폭 확충’이다. 현재 연구 인력이 정규직 기준 약 8천 명 정도 있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1/3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그런데 왜 국제연구소 연구원들이 더 필요한가. 그것은 사기업으로서는 투자하지 않는 연구 분야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미세먼지 연구를 하겠는가. 사실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하는 것이다.
 
보건복지 분야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인문과학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도 강조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음성인식기술은 경쟁력이 떨어진다. IT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한국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말 묶음’이라든지 여러 가지 연구가 부족하다. 아무리 IT기술이 발달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AI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전 사회적인 인문학 지식들이 자발적 역동적으로 축적된 상태에서만 발달할 수 있지만, 이런 인프라 조차도 우리는 갖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차 산업 혁명 시대라고 해서 무조건 IT-BT만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인문학, 한국어에 대한 투자를 병행해야만 우리나라도 종합적으로 발전하고 4차 산업혁명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든 분야들을 생각하면 저는 향후 5년간 4만 명 정도는 더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서 4만 명이라는 것은 현재 비정규직으로 있는 인원들을 정규직화하고, 나머지 인원을 충원하여 국가가 해야 하는 연구,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과학기술의 혁신적인 변화를 위한 3대 개혁 방향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이정도로 말씀을 마치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