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가 진화론을 부정하는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한 것이 알려졌다. 창조과학은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기독교 창조론이 과학적 근거를 갖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이론으로, 주로 기독교 근본주의 단체들에 의해 주창된다.
신앙은 개인의 내심의 영역이므로 그 자체로 비판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공석에서 발표된 박 후보자의 일관된 발언들은 과연 그가 고위공직자로서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들게 한다.
첫째, 박 후보자는 2007년 창조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사회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교육, 연구, 언론, 법률, 기업, 행정, 정치 등 모든 분야에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된 사람들의 배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공무원은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라는 국가공무원법 제59조의2(종교중립의 의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생각이다. 이렇듯 편향된 가치관을 공공연히 드러낸 후보자가 장관이 된다면, 중소벤처기업부의 막대한 투자기금과 연구개발 예산이 공정하게 집행된다고 도무지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박 후보자는 최근 <동성결혼·동성애 합법화 반대 성명서>에 공개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동성애 동성혼 개헌 반대 전국교수연합'의 명의로 발표된 이 성명서에는 "에이즈 감염 증가, 육체적 폐해"를 통해 성소수자들이 가정과 사회를 파괴한다고 강변했다. 이는 성소수자를 향한 저열한 혐오발언일 뿐만 아니라,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결여된 무지의 소산이다. 이렇듯 박 후보자는 비과학적이고 부정확한 사실을 공공연하게 확산함으로써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권의식의 부재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이렇듯 성소수자 국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선동에 앞장선 반인권적 인사를 공직에 앉혀서는 안 된다.
셋째, 과학계의 우려도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정재승 KAIST 교수는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것은 단지 종교적 선택이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올린 과학적 성취를 부정하는 ‘반과학적인 태도를 지녔다’는 뜻”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최근 '황우석 사태'의 책임자를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하려던 청와대의 무리한 시도로 인하여 과학계는 이미 크게 실망했다. 한국 과학계 최대의 수치였던 '황우석 사태'의 망령을 재소환하고, 호모포비아 창조론자를 과학 부처 장관에 임명하려는 이번 시도는 국제사회와 과학계에서 큰 망신이 될 것이다.
종교의 자유는 국교(國敎)만을 신봉하도록 강제했던 중세 유럽의 억압적 전통에 맞선 투쟁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종교의 자유는 특정한 종교에 대한 특혜나 차별에 반대하는 사상이기도 하지만, 특정한 종교가 국정 운영의 바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해석이 그 본령에 더욱 가깝다. 국가의 공적 영역에서 종교와 정치를 분리한다는 정교분리의 원칙은 근대로부터 이어진 민주공화국의 소중한 원칙이다. 청와대의 결단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