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국민의당은 애초부터 자유표결 원칙을 견지했다. 인사문제에 관해 찬반 당론을 강제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비민주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인사문제에 있어서는 찬성이나 반대, 그 어느 하나에 정답이란 없기 때문에 개별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표하여 국익의 관점에서 소신껏 표결을 통해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옳다.
물론 국민의당은 소속 의원들의 평소 성향과 발언 경향, 원내에서의 자체 분석 등을 근거로 임명동의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생각했다만, 결과는 달랐다. 그런데 ‘부결책임론’에 대한 분석이 어처구니없다. ‘책임’이란 말은, ‘부결이 잘못되었다’는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결론을 전제로 하는 표현으로서 이렇듯 함부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김이수 후보자 문제에 대해, 애초부터 ‘묻지 마’ 찬반 당론을 정한 민주당이나 보수야당과 달리 국민의당은 그 동안 세 차례의 의원총회를 개최해서 충분한 토론을 거쳤다. 찬성과 반대 측 의원들이 찬반의 이유와 근거를 소상하게 설명하면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 끝에 소속 의원들의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칙하에 자유투표에 임한 것이다. 이처럼 국민의당은 가장 민주적으로, 의회주의 정신에 가장 부합한 방식으로 투표에 임했던 것이다.
인사에 있어서 찬성과 반대의 당론을 정하는 것은 첫째로 헌법기관인 개별 의원들의 판단을 존중하지 못하겠다는 표시이자 자당 의원들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다. 후진적이고 수준 낮은 정치임을 자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욱이 당론을 정했다고 해서 모든 의원들이 그 당론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아니다. 실제 이번 표결에서 민주당에서도 반대표가 나왔을 것이고, 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도 소신투표를 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둘째, 찬반 당론에 따른 투표는 ‘무기명 비밀투표’라는 인사투표 본래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그 결과, 협치는 실종되고 얄팍한 표계산만 남았다. 이번 표결결과에 대해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환호할 때가 아니다. 김이수 후보자는 평생 올곧은 법조인의 길을 걸어오신 분이며, 견해의 차이가 있을 뿐 그에게는 어떠한 잘못도 없다.
문제의 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추천 몫의 재판관을 임기 1년의 헌재소장에 지명함으로써 3:3:3의 삼권분립을 침해하고, 재판관 임기를 대통령 임기 5년보다 긴 6년으로 함으로써 어떤 눈치도 보지 말고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라고 한 헌법정신에 어긋난, 그래서 결과적으로 헌재의 독립성과 중립성의 침해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헌재소장을 지명하는데 있어서 대통령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기 6년의 후보자를 추천하고, 국회 또한 당론으로 강제하는 일 없이 자유투표에 따른 국회의원 개개인의 판단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어제 교육부의 심의결과, 3만 명이 넘는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 전문강사,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 등 5개 직종의 정규직 전환이 최종 무산됐다. 정부 스스로 정규직 교사들과 차별성을 둘 수밖에 없는 ‘현실론’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일 만에 깜짝 발표한 ‘비정규직 제로’는 노사갈등에 노노갈등까지 불러일으키며, 600만 비정규직에게 ‘희망고문’만 시킨 셈이 돼버렸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이라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을 통해서 해결되어야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고민 없이 고공지지율에 취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해 버렸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이 문재인 대통령인 만큼,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일으킨데 대해 책임을 느끼셔야 할 것이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의 역대 최대치 인상, 탈원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청와대발 정책 리스트의 거의 대부분이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충분한 검토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해온 정책들 모두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이해관계자들과 토론 그리고 국민적 공론화와 국회와 협의를 거칠 것을 촉구한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적인 방식이며, 갈등을 가장 최소화하는 길일 것이다.
▣ 이용호 정책위의장
어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반응을 보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청와대는 부결은 상상도 못한 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청와대는 ‘야당은 안중에 없고 민심도 읽지 못했다’는 자기고백이 아니겠는가. 청와대는 또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국회의 헌법적 권한 행사가 ‘무책임의 극치’인지, 지지도에 취해 코드인사·보은인사를 밀어붙이는 것이 ‘무책임의 극치’인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100일 넘게 수수방관하던 민주당은 이제 와서 국민의당 탓을 하고 있다. 이거야말로 적반하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국민의당 의원들은 존재감이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것이 아니다. 특별한 의도로 정략적 투표를 한 것도 아니다.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적격 여부를 각자 신중하게 판단하고 고뇌에 찬 투표를 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결코 20대 국회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오만한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음을 밝힌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후보자에 대한 투표도 같은 자세로 임할 것임을 예고한다. 국민의당은 2중대가 아니라 정도를 걸으며 오직 국민을 위해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는 정당이다. 김 후보자의 낙마는 청와대의 인사 난맥과 독선에 대한 민의(民意)의 경고이다. 문재인 정권은 국회의 투표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5년 내내 야당과 소통하고 협치 하겠다’던 초심으로 돌아와서 야당과 협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원내대표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저도 정부의 노동시장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노동시장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어제 기간제 교원 4만6000여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확정했다. 정부의 선심정책에 잔뜩 부풀었던 대상자들이 실망하고 반발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국가예산으로 인건비 3조 원 보전 ▲근로시간 단축 등 폭발력 있는 노동정책들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정부 정책의 부작용으로 노사갈등에 노·노갈등이 더해지고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의 생존권 문제까지 겹쳐 노동시장이 난마처럼 얽히고 있다. 인기영합적인 노동정책들이 소뿔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근로시간 특례제도 축소 논의가 한창이다. 장시간 노동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거나, 근로자 본인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업종에 대한 근로시간 특례는 즉각 폐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근로시간을 한정하기 어려운 요식업, 숙박업 등에 단축 근로시간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와 같다. 이들 업종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유예가 필요하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노동시장에 알렉산더 대왕의 칼을 무조건 휘둘러서는 안 된다. 정부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는 조급증과 인기영합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근로자와 기업과 정치권이 상생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민의당은 정부의 일방적 정책 때문에 피해를 입는 근로자나 영세자영업자가 없는지 구석구석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