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봉 신사상으로 그동안 우리 정치문화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해 오신 백봉 기념사업회가 이제 사단법인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으로 새롭게 출범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오늘 협치의 이상과 실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갖게 된 것도 어제 오늘 사이에 간극이 워낙 커서 정말 중요한 토론 주제라고 생각한다.
아시는 대로 막막하고 답답하다. 헌정 사상 최초로 헌법재판소장 인준이 부결되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낯을 들 수가 없다. 국민이 만들어준 세계가 경이로워하는 촛불혁명이 있었던 대한민국이다. 헌법재판소 제도에 대해서 대한민국이 한 건의 사건, 사고도 없이 헌정질서에 따라서 권력, 부패의 권력을 국민이 바라는 주권의 권력으로 바꿔냈다. 그런 것을 세계가 경이로워 하고, 아마 세계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 같다. 그래서 한국 헌법재판제도에 대해서 세계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가운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은 국제학술대회에 가서 많은 주목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세계가 존경과 경이로움 속에서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 권한대행, 헌법재판소장에게 일격을 가해서 날려버린 것이다. 다른 나라가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우리가 맹지라고 부르는 땅이 있다. 맹지라는 땅은 주변에 도로가 없어서 통행을 할 수가 없는 땅이다. 그 땅을 어떻게 조정하느냐 하면 주위 토지 통행권이라고 해서 권리를 인정해준다. 이것은 민사 전개에 있어서도 꽉 막힌 맹지에 접근하는 길을 터주는 제도를 받고 있다. 그런데 협치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폭거를 한다고 하면 그 사유지 맹지에 대한 주인의 권리보다도 못한 골목대장 같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맹지 소유권자에 대한 길 터주는 행동도 보이지 않으면서 헌법 주관을 운운하면서 헌법기관으로서 헌법재판소장의 목을 날렸다, ‘그래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것이 이른바 캐스팅보트다’, ‘실력을 자랑했다’고 하면서 협치라고 말하고, 대통령이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탓을 할 수가 있는가?
국민께 낯을 들 수가 없다. 정치세력이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골목대장도 하지 않을 짓을 맹지를 옆에 둔 인근 소유지조차도 소유자가 길을 내주는 판에 국회가 헌법기관의 권한을 갖고 있다는 당당함을 내세워서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헌법재판소장 자리를 날려버린 것은 참으로 염치가 없는 소행이라고 생각한다.
하도 막막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협치의 시작과 끝은 오로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드는 것이어야 한다.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협치가 아니다. 오늘 토론회에서 정말 협치의 진정한 의미가 제대로 새겨지기 바란다. 항상 신사 같으신 나종일 총장님은 영국 대사도 지내시고, 항상 그윽한 미소로 선친의 뜻이 대한민국 국회에 뿌리 내리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분이다. 부자의 정신이 대한민국 국회에 조금 더 교훈으로 잡았으면 좋겠다.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백봉 선생님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자격이 없는 뻔뻔한 국회를 쳐다보고 있는 국민께 다시 송구하다는 말씀 드리면서 오늘 이 자리가 형식이 아니라 진실로 토론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제발 백봉 선생님의 이름을 팔고 신사인 척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