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광풍에 청소년보호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유매해체물 제공 시 이용자의 나이 및 본인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본인확인제도를 ‘연 1회 이상’확인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청소년을 유해매체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유명무실해졌다.
규제개혁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청소년유해매체물 판매 시 성인인증이 연1회로 완화’라는 제목과 함께 “이제 성인 이용자 불편 해소 및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본인확인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난해 2월만 해도 여성가족부는 “본인인증을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업체가 너무 많아 벌칙을 더 강화해야한다”고 하더니, 이제는“본인인증 때문에 업체의 회원 수가 줄어들고 인증비용이 부담 된다”고 한다. 이게 과연 청소년보호의 주무부처가 할 소리인가? 청소년보호의 울타리를 흔들면서까지 인터넷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여성가족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본인확인제도는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은 청소년에게 그릇된 성의식을 심어줄 위험이 있는 성인용 콘텐츠(청소년유해매체물)로부터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청소년 보호법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2013년 청소년 매체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컴퓨터 등 각종 매체를 통한 성인용 콘텐츠 접촉이 급증하고 있고, 응답자의 70%가‘아무 제재 없이 이용가능해서’라고 답해 청소년에 대한 성인용 콘텐츠 차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본인확인제도는 청소년의 건강권, 학습권, 안전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우리 어른들이 함께 지키기로 한 약속이다. 청소년보호는 무차별적인 규제개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학교 앞에 관광호텔 건설을 반대하는 것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고, 청소년유해매체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일이 경제를 마비시키는 ‘암 덩어리’란 말인가!
여성가족부는 끝까지 청소년보호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청소년보호의 가치는 경제적인 이윤에 따라 움직여서는 안 된다.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을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구제하는 청소년보호법의 정신에 따라, 본인확인제도를 즉각 원상복구 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국회는 웹하드 업체 등 온라인상 본인인증 의무를 위반한 업체에 대하여 통신과금서비스 제공을 중지하도록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2014. 4. 8. 전정희의원 대표발의)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