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일) 정부 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고 저탄소차협력금제의 부담금 부과는 2020년 말까지 연기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결정했다. 당장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가 흔들리고 감축 로드맵과 관련 정책들이 누더기가 돼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정부 결정은 본격적인 온실가스 대응의 첫발을 떼었다는 의미는 있으나, 실제 속 알맹이는 빠지고 껍데기만 남은 정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배출허용 할당량을 5800만톤 가량 대폭 늘리고 모든 업종의 감축률을 10% 완화하는 등 사실상 온실가스 감축의 실효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재검토 하겠다는 것은 감축 로드맵 자체를 뒤흔들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수많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 어렵게 수립한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정부 스스로 포기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원칙 없는 규제완화가 불러온 또 하나의 희생양이라는 우려가 크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올바른 정책 목표와 원인자인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 그리고 시민들의 협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먼저 정책 목표를 포기함으로서 사회적 협력체계를 무너뜨린 것이다.
배출권 거래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 차원의 대응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발표와 더불어 이미 예고됐던 일이었으나 그동안 산업계 등의 로비로 인해 관련 논의가 계속 지지부진 해 왔다.
저탄소차협력금제의 부과금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 제도의 도입이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적고 국내 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이 매우 크다는 이유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제도 또한 이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전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포함되어 있던 내용이다. 단지 일부 대기업의 반대와 규제완화 광풍에 휩쓸려 졸속 포기한 것이다. 정부 스스로 정책 추진의 일관성과 신뢰를 내팽개친 거나 다름없다.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은 현 세대와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행동이어야 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산업 사회로의 전환을 대비하는 미래 경제 전략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지구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한 치의 후퇴 없이 성실히 이행하는 책무를 다해야 한다.
본 의원은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당면한 지구적 위기조차 외면하는 박근혜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 결정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재고(再考)와 더불어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정책 결정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