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명길 의원(국민의당 송파구을)은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사용중인 ‘사용후핵연료 운반용기’의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자료에 의하면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운반용기’는 내부에서 균열 등의 결함이 생겨도 안전 검사 등을 통해 이를 발견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후핵연료는 방사능 반감기가 10만 년에 이르며 강력한 독성을 가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운반용기 1기에는 사용후핵연료가 12다발에서 60다발까지 들어가며 1다발에는 연료봉이 256개 들어간다. 사용후핵연료 1봉당 방사능 수치가 약 61 TBq(테라베크렐)이기 때문에 운반 용기 하나의 방사능 수치만 최소 15,616 TBq에서 달한다. 누출될 경우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INES) 기준으로 6단계의 ‘심각한 사고’에 해당한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원자로에서 꺼내 저장시설로 이동할 때 전용 운반용기를 사용한다. 이 운반용기는 원자력안전법에 근거해 방사능차폐 성능 검사 등 각종 안전 검사를 통과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 중인 운반용기는 총 3종이며 모두 5년에 한 번씩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검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사용후핵연료 운반용기에 대한 검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이들 운반용기는 제작될 때부터 안전 검사가 불가능한 부분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부분에 문제가 생겨도 안전 검사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원전에서는 이 용기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 원자로도 마찬가지지만 방사능 차폐 시설에 대해 중점적으로 안전 점검을 하는 곳이 각종 용접부위다. 아무래도 용접부위가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 운반용기도 용접부위에 대한 검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용기들에 대한 최근 검사보고서를 보면 모두 ‘조건부 승인’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검사보고서(「사용후핵연료 운반용기(KN-12) 사용검사보고서」 2014. 9.)에 의하면 이 용기들은 용접부 두께 320mm 중 검사가 가능한 30mm에 대해서만 검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나머지 전체 용접 두께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사 방법을 마련해 보완 검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추후에 검사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 측이 시험한 결과서(「운반용기 비파괴검사 유효성 입증 시험결과」 2015. 8.)를 보면, 이들 용기는 구조적으로 비파괴 검사 등을 통해 내부 균열 등의 문제점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 한 것으로 나온다.
이 시험에서는 용접부에 결함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동일한 형태의 용접부 시편을 제작해 임의의 결함을 삽입하고 초음파 비파괴검사로 결함을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세 가지 용기 모두 비파괴검사를 실시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HI-STAR 63’모델의 경우 “격벽으로 둘러싼 구조이므로 접근이 가능한 부분이 극히 제한적....다른 부분은 접근불가 및 검사 불가면 이므로 비파괴 검사를 실시할 수 없으며 검사를 한다고 하여도 결함을 찾을 수 없는”것으로 나타났다.
‘KN-18’모델도 “비파괴 검사 가능부위가 다른 타입보다 더 제한적이며 구조도 비파괴 검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고 밝히고 있다. 다른 용기인 ‘KN-12’모델도 “가운데 홀이 있어 비파괴검사로 전체 용접부를 검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나와 있다.
이렇게 보완 검사 조건으로 조건부 승인이 난후에 결국 보완 검사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이 났는데도 한수원 측은 추가 조치 없이 사용후핵연료 운반용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해왔다. 원안위 또한 이에 대해 별도의 규제를 하지 않고 사용을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운반용기들은 모두 국내에서 설계된 제품들이며 ‘KN-12’와 ‘HI-STAR 63’ 모델은 제작된 지 10년이 넘은 제품들이다. 최근 10년 간 사용후핵연료 운반량은 17만 4천 다발이 넘는다. 원전 부지 내 이동이긴 하지만 사용후핵연료는 문제가 생기면 방사능 수치가 높기 때문에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운반용기는 내부에 균열 등 결함이 발생하면 언제든 방사능 유출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에서 조기 발견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한수원이 사용하고 있는 운반용기는 치명적인 결함이 내부에 발생해도 검사를 통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치명적인 독성 때문에 안전하게 처분하려면 땅속 깊은 곳에 완전한 차폐시설을 만들어 보관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용후핵연료가 안전이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는 운반용기에 담겨 지금까지 수십 년간 원자로 밖으로 돌아다닌 것이다.
이에 대해 최명길 의원은 “지금까지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과 원자력 안전을 책임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국민 안전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 안전에 ‘설마’라는 방심은 0.1%도 있어서는 안 된다. 한수원과 원안위가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