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홍종학 후보자의 마음까지 대신 전한다는 것은 과한 일일 터이니, 적어도 홍종학 후보자 스스로 이 책 속에서 자신의 글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부분이라도 이 책을 접하지 못한 대부분의 국민들께 보여드리고자 한다.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돕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균형 잡힌 정보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이런 생각마저도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 ‘행간의 뜻을 읽으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홍종학 후보자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책 제목을 접하면 억지로 노력을 안 해도 그 안의 내용이 뭔가 풍자적이고 사회현실, 교육현실을 비틀어 비판하는 것이겠거니 저절로 짐작이 가지 않겠는가! 평소 홍종학 후보자의 철학이나 말투를 조금이라도 접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박장대소를 할 정도로 그의 생각이 반어적으로 잘 드러난 제목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 이 책은, ‘들어가는 말’, (1부)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 (2부) 공부 안 하면서 공부 잘하는 법. (3부) 달꼬리 공부법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저자인 홍종학 후보자의 생각이 뭔지 알기 위해서는 굳이 책 전체를 읽을 필요조차 없다.
◯ ‘들어가는 말’ 중 네 번째 페이지 두 번째 줄부터 보면, 저술에 임한 저자(홍종학 후보자)의 자세와 목적이 피력되어 있다.
‘(...생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의 실상을 파악해야 하고, 문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또 그보다 먼저 문제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학도로서 필자의 소신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교육문제에 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아직도 문제를 제대로 인정하지도 않고 있는 단계인 것만 같아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길 없다. 현상을 감추지 않아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는 취지에서 솔직하고 담백한 느낌을 토로해 보았다. 잘못된 현상을 부추긴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겠으나 현 제도하에서 합리적 행동을 밝히는 것이 현 제도를 옹호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 제도의 조속한 개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해주기 바란다. (...생략...)’
◯ ‘(1부)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과외를 안 해야 수석한다?/ 명문대학 입학을 돈을 따지면/ 족집게 선생님은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적성에 맞는 과를 가라?/ 공부는 못해도 아무거나 하나만 잘하면 된다?/ 패자부활전 없는 대학입시/ 서울대의 나라’ 등의 작은 글로 이루어져 있다.
◯ 기사에 인용된 글들 전부가 (1부)에 나오는 문장들이다. (1부)는 소제목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글들의 집합이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학벌이 사회 구석구석에 얼마나 깊숙하게 침투하여 얼마나 다각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그래서 대학입시와 학벌사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평균적으로 어떤 경향을 띠고 있는지를 무서울 정도로 냉정하게 기술하고 있다.
◯ 생각해 보라! 홍종학 후보자 자신이 서울대 출신도 아니고, 그가 교수로서 근무한 가천대학교도 서울 근교에 있는, 서열이 그리 높지 않은 대학교인데 그가 뭘 그리 서울대 타령을 했겠는가! 서울대가 정점에서 좌우하는 우리 사회가 사람들로 하여금 서울대 타령, 명문대 타령을 하게 만든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 70페이지와 71페이지에서는, 강준만 교수의 「서울대의 나라」라는 책과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기고문을 거론하며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기술하고 있다. 서울대의 비중이 너무 커서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든 극단적인 비정상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 판단된다. 강준만 교수나 가쓰히로 지국장은 서울대 사회독식의 폐해를 강한 논조로 비판한 것으로 유명하며, 강준만 교수는 심지어 서울대 폐지론의 주창자이기도 한데, 왜 굳이 이들 얘기를 인용했겠는가!
◯ ‘운동권에도 학벌이 있다’(pp.72∼74)는 부분에서는, 70∼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이 학창시절이나 그 이후에도 희생과 빈곤을 짊어지고 사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명문대 특히 서울대 운동권 출신들은 제도권에 영입되어 출세가도를 달리는 현상을 지적하는 대목에서는 우리 사회의 서울대 일극주의에 대해 홍종학 후보자가 내쉬는 장탄식이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 이 책이 출간된 것은 1998년이니까 19년 전이다. 책을 쓰기 시작한 때는 대략 20년 전일 것 같다. 홍종학 후보자는 마치 20년 전에 오늘날의 논란을 이미 예감이라도 한 듯, 77페이지∼78페이지에 걸쳐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혹시 지금까지 이 책을 읽는 도중에 분통을 터뜨리는 독자가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과외를 금지하는 것도 모자라는 판국에 오히려 과외를 권장하는 듯한 필자의 논조가 불만스러워 읽다 말고 책을 던져 버리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그런 분일수록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분일테니 경쟁을 조장하는 듯한 논조를 못마땅해하실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참뜻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변명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생략...)
‘이 글도 그런 식으로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할 때 대책이 달성된다는 측면에서 현재의 상황을 담담하게 그리려 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참 목적은 과외를 권장하거나 경쟁을 조장하는 데 있지 아니하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가 과외를 없애고 경쟁심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필자도 항상 뜨거운 가슴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음을 밝히고 싶다.’
◯ 이쯤 되면 홍종학 후보자의 의도를 웬만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83페이지∼84페이지에 걸쳐 있는 ‘젊은이여, 그대만이 할 수 있다’라는 작은 챕터에서는 홍종학 후보자의 집필 목적이 선명히 표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