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빚만 쌓아 올리는 ‘무책임' 예산
박근혜 정부의 3년차 예산안이 나왔다. 세입은 올해 대비 3.6% 증가한 382.7조원, 세출은 5.7% 증가한 376조원이다. 기금확대에 따른 착시를 제외하고 예산 수입과 예산 지출만 비교했을 때, 2014년도에 7조원 적자편성에서 10조원 적자편성으로 늘어나 사실상 ‘빚잔치'를 전제로 한 예산안이다. 이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2014년 527조원에서 570.1조원으로 43.1조원이 늘어나 전년 대비 8.1%의 채무증가율을 보이게 된다. 세입 증가율보다 세출 증가율보다 채무 증가율이 2배 가까이 높은 상황이다.
노동당은 정부가 내놓은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장미빛 청사진을 신뢰하지 않는다. 정부는 2015년 이후부터 경기가 회복되면서 국세수입이 연평균 5.9% 씩 상승할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작년 연말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하고 6월말까지 40조원이 늘었다(한국은행 발표, 6월말 기준 가계부채 1천40조원). 이에 따라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 128%에서 작년 135%까지 수직상승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여전하다. 사실상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종용한 9-1부동산대책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박근혜 정부가 전망하는 중기재정전망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특히 노동당이 주목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작년에 내놓았던 [국가재정운용계획]과 올해 수정해서 내놓은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의 격차다. 대표적인 부분이 경기활성화를 전제로 한 재정수입 증가율이다. 실제로 2013년 추경기준으로 5% 세입증가를 전망했지만 결산시 8.5조원의 결손이 발생한 바 있다. 즉 사기였다는 말이다. 실제로 2014년 재정수입은 전년 대비 -0.9%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6%에 달하는 재정 전망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과도한 세입전망이 올해에도 고스란히 반복된다. 박근혜 정부는 14~18년까지 연평균 재정수입이 5.1%씩 늘어날 것이라 전망하고, 재정지출은 이를 하회하는 4.5%로 관리하여 균형재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관행적으로 경기전망을 낙관한 채 작성된 예산은 그대로 채무가 된다. 그래서 작년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의 국가채무는 2017년 기준으로 610조원(GDP기준 33.1%)라고 추산했지만 이번 계획에는 동년 기준으로 659.4조원(GDP 기준으로 36.7%), 목표년도인 2018년 기준으로 691.6조원으로 추계했다. 불과 1년 만에 목표년도의 채무가 81.6조원이나 오른 것이다. 작년 예산발표 시에는 국가 채무를 33%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것도 이번에는 “30%대 중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말로 바꿨다.
동네 구멍가게도 이렇게 운영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매년 ‘내년부터는 잘 될 것이다'고 말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내년은 결코 오지 않는 그저 ‘내년'일 뿐이다. 세수감소의 원인을 “저성장 지속”에 두는 근시안적 판단으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고도성장의 과정이 이미 종료되었고 향후 성장의 폭은 정부가 진단한 ‘저성장’의 수준 이상을 넘어가지 않을 것임은 이미 수년 전부터 경고되었으며 현실로 입증되었다. 결국 세수감소의 원인은 ‘저성장’ 때문이 아니라 세입원의 불균형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부터 계속되고 있는 부자감세 정책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지 않는 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노동당은 이미 ‘재벌증세'와 ‘부자증세' 말고는 지금과 같은 재정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길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법인세율에 의해 영업잉여는 커지는데 법인세수의 비중은 줄어드는 ‘배부른 기업, 배고픈 국민'의 모순을 해결해야 된다고 말이다. 국가기관조차 사실상 기업에게만 유리한 실효관세율의 하락은 세입을 줄이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지적한 바 있을 정도다(국회예산정책처, 2013).
노동자 서민들의 내일을 앗아가는 사탕발림 예산
특히 노동당은 이번 예산안에서 노동자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일자리 관련 분야를 주목한다. 정부가 예산안을 통해 제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의 기본 방향 중 하나는 “「지출확대 → 내수회복 → 세수증대」의 선순환구조를 정착”한다는 것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일자리 분야에 국가재정지출을 확대한다는 것은 일견 긍정적으로 보인다. 또한 이를 위해 일자리 지원 예산은 2014년 13조 2천억 원에서 2015년 14조 3천억 원으로 늘어 기대치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일자리 분야 예산 편성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형태이다. 예산안에서 일자리분야 신규사업으로 제시된 중소기업 근속장려금 지원, 전일제 근로자 시간선택제 일자리 전환 지원, 정규직 전환 지원, 사내(공동) 근로복지기금 지원, 중장년 대상 전직지원서비스,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가입 지원, 중증장애인 인턴제를 비롯해 노인일자리 확충 사업 개편안까지 전반적인 틀은 국가의 현금지원 안이다.
이들 신규사업 예산안은 주로 노동자 본인에 대한 지원과 사업주에 대한 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그 내용에 있어 중장기적으로 “「지출확대 → 내수회복 → 세수증대」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고졸 노동자 신규취업 시 지원하는 중소기업 근속 장려금은 1년 이상 장기근속을 조건으로 한다. 그런데 신성장 동력산업 분야 중소기업의 불안정고용 우려 해소 및 노동조건의 전반적 개선에 대한 방향 없이 장기근속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개인에 대한 장려금 지원과 동시에 장기근속이 가능할 수 있는 고용환경에 대한 정부차원의 제도정비와 투자계획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나 예산안에는 그러한 내용이 없다.
또한 최저임금의 현실화가 전제되지 않는 시간 선택제 일자리 전환지원은 정부가 말하는 ‘양질’의 일자리로 정착될 수 없다. 오히려 사업주로 하여금 대체인력활용을 통한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유인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불안정 노동을 가속화할 우려까지 제기된다.
정규직 전환 지원에 관한 내용 역시 임금상승분의 절반(한도액 50%)을 1년 시한부로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8백만 명을 상회하는 현실에서 예산안에 따르면 지원대상은 겨우 6천명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그 정도 지원을 받고 임금을 올려주려는 사업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특히 사업주의 입장에서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임금추가부담을 감수할만한 유인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법적 강제 없이 임금지원만으로 비정규직 대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의지 없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중소 · 중견기업의 경영상 곤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면 임금에 대한 한시적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정규직화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함에도 내용이 없다.
중증장애인 인턴제는 배가 산으로 간 경우다. 고용확대를 통한 장애인의 노동권 보장과 자활능력 제고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현재 형해화 되어 있는 장애인 의무고용제의 요건을 강화하고 강력한 행정지도와 처분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러한 전제조건을 회피한 채 이루어지는 중증 장애인 인턴제는 실질적으로 중증 장애인의 장기적 직업안정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장애인 의무고용제 회피의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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