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입니다. 흰 돌과 검은 돌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승부를 결정짓는 바둑. 제가 이 바둑돌을 쥔지 내년이면 30년이 됩니다. 다섯 살에 배운 바둑이 저의 인생을 바둑판 위에 올려놓았죠. 흔히 정치를 바둑판과 같다고들 합니다. 정치나 생활에서 바둑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죠.
제가 많지 않은 나이지만 제가 보는 정치, 제가 보는 문재인 후보 이야기를 한 번 해 볼까합니다.
저는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 지사를 지지했습니다.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결정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사람이 많더군요. 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문재인 후보를 도울 거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번 민주당 경선에 참가한 후보들 모두, 좋아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분들을 한꺼번에 놓고 고민하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후보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당당히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것에 국민의 한사람으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경선 경쟁자들이 지금 문재인 후보를 진심을 다해 적극적으로 돕는 것을 보면, 제 생각이 틀리지 않은 걸 확인하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요즘엔 많은 분들이 이세돌 하면 알파고와의 대국을 떠올립니다. 인간 대 인공지능의 대결이라 세계적으로 관심이 많았죠. 결과는 4대 1. 저의 완패였습니다. 저를 격려해 주는 분들은 슈퍼컴퓨터와의 싸움에서 한번이라도 이겼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칭찬해 주셨죠. 애초에 공정한 경쟁이 아니었다는 말도 했습니다. 알파고의 전적이 그 때까지 499전 전승이었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알파고와의 대국은 사실 알파고가 아니라 제 자신에게 졌던 겁니다. 준비가 안 돼 있었고, 상대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