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는 만19세가 되면 선거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자신들의 선거권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노동자들이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선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정치권과 정부가 나서서 다음과 같은 조치를 조속히 실현해줄 것을 촉구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공직선거일은 법정공휴일이지만, 근로기준법상 법정유급휴일은 주 1일의 휴일과 5월1일 노동절만 해당된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공직선거일을 유급휴일로 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어 투표권을 정상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노동자가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노동조합이 아예 없거나, 노동조합이 있어도 노동조합 가입대상에서 제외돼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알바노동자, 중소 영세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은 것 또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에 따라, 알바노동자를 포함한 시간제노동자, 건설현장노동자를 포함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해 노동을 선택하고,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공직선거일이 유급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시간만큼 임금을 포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해 투표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점에 유념해 공직선거일을 근로기준법상 법정유급휴일로 지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촉구한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투표를 위해 시간을 청구할 수 있고, 만약 사용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사람은 권리 위에 잠을 자는 사람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그래서 투표시간을 청구하지 않는 노동자들이 바보라고 얘기할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노동자의 선거권과 관련한 현실은 그렇지 않다. 권리 위에 잠을 자고 싶지 않더라도, 실제로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권리 위에 잠든 척’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계약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또한 혹시라도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해서 사업장에서도 이런저런 눈치를 봐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투표시간을 요구하고 자리를 뜰 수 있겠는가.
이런 현실을 반영해 비정규직·영세사업장 노동자가 투표에 온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사업장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