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3일) 한·캐나다 FTA가 양국 정상간의 최종 서명을 통해 체결되었다. 지난 16일에는 한·호주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었고, 축산강국인 뉴질랜드와 중국과의 FTA도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2015년도부터 전면 개방되는 쌀에 대한 관세율을 9월내 WTO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처럼 우리 농업, 농민은 끊임없는 공산품 위주 수출전략의 희생양으로 집중포화를 당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불합리한 현실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호주, 캐나다와의 FTA체결로 우리 농축산업의 생산액이 연평균 1,422억원이 감소해 향후 15년간 총 2조 1,329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가장 큰 생산감소가 예상되는 분야는 축산으로 1조 7,573억원의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축산물은 농림업 생산액의 약 35%를 차지하며 우리 국민의 주요 영양공급원으로 타 식품과 달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농림업 중 축산업 생산액의 비중은 1990년대 4조원인 21.7%에서 2012년 16조원 34.6%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국내 축산업에 축산강국과의 연이은 FTA체결은 큰 타격을 예고했고 언제나처럼 정부는 경쟁력 제고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축산물뿐만이 아니다. 식량작물인 보리․콩․감자의 경우 2,351억원 생산액 감소가 예상되어, 현재도 감소추세인 식량자급률(보리 19.9%, 콩 9.7%)이 더욱 더 감소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작목전환으로 인한 마늘․양파 등의 피해도 1,405억원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겨울부터 시작된 무, 배추, 마늘, 양파 등 채소가격의 폭락은 여름휴가철 채소판매 성수기에도 폭락을 거듭했다. 마늘, 양파 등의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최대 절반가격 이하 수준으로 하락했고 농민들은 애써 생산한 작물을 출하해보지도 못하고 폐기처분하고 있다.
2004년 칠레와의 첫 FTA 발효 이후 그동안 정부는 농민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49개국과 총 12건의 FTA를 발효, 타결했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농산물의 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관세감축 확대에 따른 국내 농산물의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에서 연구한 자료(FTA 발효 이후 한국 농업의 피해영향. 2014. 5)에 따르면 FTA발효국의 농산물 수입합계가 10년 전인 2004년 1억1천1백만 달러에서 2013년 153억 1천4백만 달러, 무역적자는 2004년 1억1천만 달러에서 2013년 133억3천4백만 달러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수입과일의 비중도 2003년 16.3%에서 2013년 23%로 확대되었고, 수입산 돼지고기의 시장점유율도 2003년 7.4%에서 2013년 17.8%로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의 FTA, 정부가 관심을 표명한 TPP 등 우리정부는 끊임없이 관세 장벽을 없애고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FTA로 인한 농업의 직·간접적 피해사례는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FTA로 인한 피해는 더욱 더 가시화될 것이다. 제대로 된 피해조사와 제대로 된 피해대책이 새로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농업을 희생으로 삼는 통상정책은 반드시 변화되어야 한다. 농민들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정책을 멈추고 농민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14년 9월 23일
통합진보당 농민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