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17년 12월 14일(목) 오전 8시 40분 □ 장소 :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
■ 우원식 원내대표
오늘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두 번째 개헌의총 주제는 경제, 재정, 지방분권 분야이다. 대한민국은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천명한 헌법적 토대 위에 발전해왔다.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지탱해온 수출주도형 재벌 경제 체제와 외형적 성장을 강조해온 경제 질서는 한계를 맞이했고, IMF 금융위기 이후 분배와 불평등 문제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지난 6월 OECD가 발표한 지속가능발전목표지수(SDGs) 역시, 우리나라의 빈곤과 불평등지표가 낙제에 가까운 상황임을 지적한 바 있다. 이제는 시장의 자율과 창의성을 존중하면서, 성장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 된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잡고,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헌법 제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보다 내실화, 실질화 함으로써 제기된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정하고 민주적인 시장경제 원칙 확립은 물론, 산업, 기업, 지역 사이에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개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요청되는 시대환경을 감안해, 예산의 투명성과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는 해법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예산편성권이나, 감사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다 높이는 방향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
지방분권과 관련해서도, 자치, 분권의 확대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는 정파를 초월해, 우리사회 모두의 공통된 견해이다. 현재 지방자치와 관련된 헌법 조문이 단 2개에 그치고 있고, 그마저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설립 의무 규정에 그치고 있다. 지방자치와 분권을 보다 공고히 할 수 있도록 개헌 방향이 잡혀야 한다. 중앙과 지방, 지방간의 유기적 협력, 협조체제를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입법, 재정, 행정권한을 과감히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헌안 마련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이제는 개헌의제에 대한 정치권 내 논의가 합일점을 찾아갈 시기가 목전에 다가왔다. 그러나 그 와중에 유일하게 이를 발목 잡고 있는 것은 자유한국당이다. 지난 대선 시기 후보를 낸 모든 정당과 그 후보자, 물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의 동시선거를 국민 앞에 약속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4월 국회 개헌특위에서도 재차 확인했고, 5월에는 지방분권개헌 국민협약까지 체결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선거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그 이유가 자유한국당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더니, 책임 있는 제1야당이 개헌에 대한 의견을 어떻게 이처럼 손바닥 뒤집듯 뒤집을 수 있다는 말인가.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이 자유한국당 선거 유불리에 따라 물거품이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선거 반대가 자유한국당 당론인지 분명하게 밝혀주시기 바란다. 왜냐하면 연말로 활동기한이 끝나는 개헌특위의 연장 여부와 연동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공식 입장을 요구하는 바이다.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지도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국회마비 사태는 여전하다. 어제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는 ‘5.18진상규명 특별법’과 ‘의문사진상규명법’ 처리가 자유한국당의 방해로 무산되면서, 사실상 연내 법안 통과가 물 건너갔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아침 조간신문에 실린 군의문사특별법 무산으로 눈물을 흘리는 유족 사진은 참으로 가슴 아픈 모습이다. 이미 소위에서 공청회를 생략하기로 여야 사이에 의견 일치가 이뤄졌음에도, 공청회를 핑계로 법안 처리를 가로막은 것은, 전형적인 발목잡기이자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 과연 자유한국당에게 진상규명의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한 맺힌 절규가 들리기는 하는지 진심으로 되묻고 싶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제 개최된 산자중기위 법안소위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무더기 불참으로 별다른 소득 없이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국가균형발전과 전기신산업 발전 등,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히 연관된 소중한 민생입법들이 심의될 예정이었다. 이렇게 민생입법과 개혁과제를 모조리 가로막을 심산이었다면, 도대체 왜 임시국회소집에 동의했는지,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에게 질문하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를 부패한 동료 의원 몇 명을 구하려는 방탄국회로 악용할 심산이 아니라면, 즉각 민생, 개혁입법 처리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점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자유한국당의 혁신을 다짐한 새 원내지도부가 부디 민심에 귀를 기울여, 일하는 임시국회 실현에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말씀하시는 ‘자유한국당 패싱’은 의도한 바가 없다. 그런 의도도 없었고, 앞으로 그럴 의향도 없다. 그간 자유한국당과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는 앞으로도 무수히 많이 남은 협치의 과정을 위해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였다면 유감의 뜻을 밝히는 바이다. 자유한국당을 제1야당으로 존중하며 협치의 길로 가겠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