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은 종합적인 위기상황에 대한 정부여당의 안이한 인식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우 원내대표는 민생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대응방안 첫 번째로 최저임금정책을 들었다.
"최저임금 현실화는 구조화된 저임금에 따른 내수침체와 일자리 축소, 영세소상공인의 경영악화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과 사회보험 감면 등 총 5조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최저임금 현실화에 따른 부담이 중소상공인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정부가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연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어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일자리안정자금 신청률이 1%도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올해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원받는 전체 사업장을 100만여곳, 근로자수는 300만여명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지 한 달 가까이 됐음에도 사업장은 0.95%, 근로자수는 0.76% 신청에 그치고 있다.
애초 30인 미만 고용사업주에게 월급 190만원 미만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되 최저임금 7530원을 준수하고 고용보험 등 4대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설계됐을 때부터 일자리안정자금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었다.
연장근로가 많은 식당 등은 이미 종업원 월급이 190만원이 넘어 신청자격이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기불황에 문을 닫느니 마느니 하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에게 4대보험 가입하면 13만원 지원해주겠다고 하니 과연 얼마나 받아들이겠는가.
우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기존에 주장했던 내용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게 아니라, 일자리안정자금이 유명무실하게 되고 있는 원인을 분석하고 여기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
또, 우 원내대표는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적인 민생현안이라고 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에 마침표를 찍겠다면서 재건축부담금, 보유세 인상, 분양가 공개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하도 오락가락 하는지라 이 말도 신뢰하기가 어렵다.
국토부장관이 재건축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하겠다고 하자,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차원에서 조율된 것이 아니며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어느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어느 부처가 부동산 대책의 사령탑인지부터가 헷깔린다는 반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8.2부동산대책의 후속조치로 지난해 11월부터 민간택지에 대해서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한다고 했다가 얼마 후 시장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적용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할 경우 공급이 위축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보유세도 마찬가지다. 기재부장관은 줄곧 다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인상 문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다가 올 들어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달라졌다. 심지어 최근에는 1주택 보유자라도 고가 주택이면 보유세 인상 검토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서 "집 한 채 가진 분들은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정부부처끼리도 말이 틀리고, 여당 내에서도 말이 다르다.
야심차게(?) 내놓은 사회적 연대 위원회 구성 제안도 그 속에 진정성이 담겨있는지 의문이다. 정부 여당의 어설픈 정책입안과 추진과정에서의 엇박자, 각종 혼선을 덮기 위한 책임회피의 수단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뻔한 아이디어지만 그 마저도 국민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우 원내대표의 말대로 우리 경제의 성장판은 닫혀가는데 잘못된 진단과 처방은 위기를 더 가중시킨다. 정권이 교체되고 장차관도 바뀌었지만, 국민은 정부의 변화에 대해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정부 탓만 할게 아니라 현 정부 여당부터 잘못된 진단으로 정책 신뢰성이 흔들리면 어떤 처방이든 백약이 무효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2018년 1월 31일
국민의당 원내대변인 김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