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9. / 10:30)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
▣ 안철수 당대표
최근에 과학 관련해서 옛날이야기들을 담은 책이 있어서 열심히 지금 보고 있다. 그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에 전화가 발명되었을 19세기 후반 당시 사람들이 “이거 어디에 쓸 수 있을까? 필요한 의사들은 (그 당시 전보가 있어서) 다 전보로 전달하면 되는 것인데, 굳이 사람이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을까? 아마도 이건 과학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준이지 결국은 아무도 안 쓸 것이다”라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의견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관련한 논쟁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쩌면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게 굉장히 새로운 기술이기는 한데... 이렇게 중앙에서 트랜젝션 레코드나 장부 등 모든 것들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다 분산해서 가지게 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은 놀랍지만, 이걸 도대체 어디에 쓰겠는가?’라는 의견이 같이 말이다.
그런데 저는 굉장히 미래와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지금 당장은 이게 어디에 제대로 활용도가 있을지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결국은 굉장히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 잡지 않을까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
오늘은 특히 보안에 관련된 것 아닌가? V3 처음 만들었던 게 만 30년 전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열리던 해 V3 첫 버전을 만들었고, 30년 동안이나 V3가 생명을 지속할 수 있을까라고 사실 상상도 못했다. 10년도 아니고 2~3년 마다 IT기술이 절반씩 바뀌어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하나의 기술 또는 하나의 제품이 30년간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영역이지 않은가?
그런데 ‘왜 V3가 지금까지 계속 명맥을 이어오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바로 ‘인프라’이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이 IT Security(정보기술보안)라는 것 자체가 인프라에 해당되는 것이다. 어플리케이션에 해당되는 것이었으면 수명이 짧았을 텐데, 인프라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게 아닌가 싶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많은 어떠한 문화가 리스크테이킹(risk-taking: 위험을 지각한 뒤에도 굳이 행동하는 것) 문화라는데 있다. 항상 ‘별 일 일어나지 않겠지’라는 낙관적인 생각으로 그냥 앞으로 전진만 하고 계속 리스크테이킹만 하다 보니, 큰 사고가 나면 피해가 너무나 커지는 것이다.
요즘 발생한 화재참사나 안전 불감증 같은 것 자체가 그런 위험에 대비하지 않고 막연한 낙관적인 생각들 때문에 여기까지 지금 피해가 커지는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이 발전하기 위해서 리스크테이킹 문화가 리스크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 문화로 바뀌어야 된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오늘 암호화폐 관련해서, 이 문제가 워낙 커다란 재산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고,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문제화가 되고 있기에 지금이라도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는 것은 시기적절한 것이라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이 간담회를 시작으로 해서 이제부터라도 실질적인 대책들이 마련되고, 다른 나라들이 우리나라를 벤치마크 대상으로 생각해서 따라올 수 있도록 제도적이고 기술적인 준비를 시작했으면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