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30일, 16:10 국회정론관
- 김재연 대변인
■ 쌀 전면개방 전에 우리 쌀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 정부의 WTO 쌀 양허표 수정안 제출에 부쳐
오늘, 쌀 양허표 수정안에 대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보고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가 제네바 대표부를 통해 WTO에 양허표 수정안을 제출했다. 농민들의 반대를 뒤로 하고, 4자 협의체를 구성하라는 야당의 요구도 무시한 채, 정부는 쌀 전면개방을 그대로 밀어붙인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개탄스럽다.
농업의 마지막 보루이자, 식량주권의 문제인 쌀 전면개방이 국민과의 합의도 없이 결정해버릴 가벼운 사안인가? 지난 20년간 쌀 개방을 막기 위해 수많은 농민들과 국민들이 함께 저항해왔고, 이 과정에 목숨을 바친 분들도 계셨다. 그분들이 무엇을 지키고자 했는지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은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결정된 관세율과 TRQ관리에 대한 규정 삭제의 내용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아주 단호하고 자신에 찬 목소리였다. 하지만 농민들이 제기하는 관세감축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의 기본입장이니 믿어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언제나 희생만을 강요당했던 우리 농민들의 심정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 그리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DDA에 의해서든 TPP가입에 의해서든 관세율이 내려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확실히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20년 전 쌀 개방을 막겠다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은 쌀 개방문제에 대해 입장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국가 정책을 믿을 수 있도록 그 방안을 마련해 주는 게 국가의 역할이 아닌가. 정부의 기본방침이라면서 제도적으로 분명히 못 박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는 말이 아닌 법으로 입장을 분명히 표명해야 한다.
오늘 제출된 쌀 양허표 수정안에 대한 검증은 몇 년이 소요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일본과 대만처럼 2년, 아니 5년이 걸릴 수도 있는데, 그 때는 지금의 약속을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자신에 찬 발언을 하던 장관은 떠나고 없겠지만 우리 농민들은 평생 이 땅을 일구며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농업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현재 TPP협상에서 일본 아베총리는 ‘쌀과 설탕 등에 대한 관세철폐는 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지만, 미국은 일본의 TPP 제외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에게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은 쌀 관세를 지키기 위해 TPP가입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미국이 쌀 관세감축을 요구하며 자동차 수출을 막겠다고 하면 자동차 수출 포기하겠는가? 그때가 되면 많은 경제학자들이 무역흑자를 이야기하며 농업, 쌀의 가치보다 더 큰 효과를 언급할 것이 뻔하다.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먼저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식량주권과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지금 마련해야 한다.
■ 심각한 대통령의 정국 인식
외국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대통령의 첫 국무회의 발언은 대통령의 정국 인식을 보여준다. 매우 심각하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2년 동안 정치권의 장외정치와 반목정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누구 때문에 2년 동안 국회와 대한민국이 대립과 반목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정말 모르는가! 대통령은 이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박근혜 대통령은 또,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 국회에 대해 걱정할 정도로 국회 상황이 국제사회에 전부 알려져 있고, 그 상황이 국익과 외교신뢰를 얼마나 떨어뜨리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관권부정선거, 국정원의 간첩조작사건, 세월호 참사로 곤두박질친 나라의 민주주의와 국격을 정녕 모르는가! 온 세계에 난 소문을 왜 대통령만 모르는가! 오죽하면 교포들이 조국의 대통령 방문에 환영의 꽃다발이 아닌 항의의 피켓을 들었겠는가.
오늘도 국회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국정의 책임을 국회에 전가하는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현재 진행 중인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 탓만 하지 말고 세월호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14년 9월 30일
통합진보당 대변인 김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