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18년 4월 21일(토) 오전 10시 50분
□ 장소 : 가재울 성당
■ 추미애 대표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우리는 풍운의 정치사를 온몸으로 견뎌내 오신 민주주의자 ‘후농 김상현 상임고문님’을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김상현 고문님께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신적 지주셨다. ‘너의 탓’을 하기보다 ‘나의 책임’을 우선시 하셨으며,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모든 사람을 포용해 주신 큰 인물이셨다. 삼엄했던 군사독재시절에도 물러서지 않는 굳건한 용기를 지니셨고, 그 고난마저도 넓은 마음으로 품어 내신, 가슴이 따뜻한 정치 거목이셨다. 아마도 사람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당신을 민주주의의 길로 이끌었나보다. 그래서 모진 고문도 꺾지 못한 당신의 고집이 더불어민주당의 뿌리가 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공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땅에 정치가 바로 서야 하는 이유는 바로 사람 때문이 아니겠는가. ‘올바른 가치를 정치에 담아야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그런 탓에 당신께서는 독재정권의 핍박에도 몸이 부서지도록 사람들을 지키려 했고, 개인의 승리를 위해 분열을 꾀할 때도 국민의 승리를 위해 통합을 지켜나가려 하셨다. 지금도 저희들 눈에 선하다. 기억이 또렷하다. 3당 합당을 반대하면서 그 부당함을 부르짖던 그 모습은 온 국민의 머릿속에 남아 있고, 또 우리 후배 정치인들의 가슴 속에 진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과정도, 명분도, 속 알맹이까지 민주적이어야 했던 당신의 뜨거운 열망이 오늘날 우리 정치에 주는 의미 또한 태산 같이 크게 다가온다.
오늘 민주화의 주역이 모두 모여 당신께서 가시는 길을 함께 배웅한다. 34년 전 민추협 현판식을 하던 날, 민주화의 두 기둥이던 동교동계와 서교동계는 반독재라는 목표로 하나로 뭉쳤다.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열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6월 항쟁의 주역으로 오늘날 87년 체제를 이끌어 냈다. 암울했던 독재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등불만을 환히 밝히자’고 다짐하셨던 민주화 동지이시기에 대한민국 역사 한 가운데 새겨진 민주주의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다. ‘민주, 정의, 평등’, 우리가 그토록 이루고자 했던 가치들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쳐 그리고 지금 문재인정부로 계승되고 있다. 민추협이 닦아놓은 터 위에 민주주의라는 씨앗이 자라 진짜 민주주의 국가가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이 때에 당신을 보내고 싶지 않다.
작년 이맘 때 쯤, 당신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민주정부의 출범을 애타게 기다리셨다. 드디어 새로운 대한민국이 시작되었고, 그토록 아끼시던 사람 한 명 한 명이 이 나라의 주인이 되어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는 때이다. 당신의 가르침대로 사람을 사랑하겠다. 국민과 더불어, 국민을 섬기는 정당으로 더욱 단단해지겠다. 목숨을 내걸어도 피 끓는 신념으로, 과거를 거울삼아 국가의 미래를 감당하고 우리 사회의 민주 과제를 마음에 새길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호를 따서 지은 아호 ‘후농’, 고문한 사람까지도 용서하며 경계를 허물게 한 아호 ‘무경’, 당신의 아호 속에 살아있는 김상현 정신을 우리는 배우겠다. 잊지 않겠다.
오늘은 눈물을 흘리지만, 흘려보낸 눈물 그 자리에 당신의 신념을 꾹꾹 채워 넣겠다. 당신께서는 유대한 유산을 우리에게 주셨다. 당신이 사랑하는 아들도 민주당의 자산으로 주셨다. 김영호 국회의원이 물려받은 아버지 김상현의 신념, 더불어민주당과 호흡했던 고문님의 소신, 독재까지 물리친 민주주의자 김상현의 신조 모두 우리 후배들이 지켜가겠다. 당신을 향한 우리의 진정한 추모는 민주주의를 이 땅에 바로 세우는 우리들의 노력으로 채우도록 하겠다. 당신의 발자취를 쫓아 희망을 키우겠다. 하늘에서나마 따뜻한 사랑으로 지켜봐주시기 바란다. 편안히 주무시라. 영면하시라. 사랑한다. 존경한다. 감사하다.
2018년 4월 21일
더불어민주당 공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