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우리나라에 화학물질을 수입하거나 제조하는 자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환경부에 제출하여야 하며, 환경부는 이를 평가하여 일정한 독성 기준을 초과하면 유독물질 등으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체계가 구축되었지만, 이 역시 해외직구에는 무방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10월 7일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제9조의 규정에 따르면 화학물질 제조․수입자는 해당 화학물질이나 성분이 유독물 또는 취급제한․금지물질 등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해 그 내용을 환경부 장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물 수입신고를 받을 때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이하 협회)에서는 업체가 제출하는 화학물질 확인 명세서만 받고 이를 증빙서류 등으로 확인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방환경청에서는 협회가 받은 화학물질 확인 명세서의 진위를 검증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제19조 및 제33조 등의 규정에 따라 유독물 수입자는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에 수입 신고를 하도록 하고, 취급제한․금지물질 수입자는 관할 지방환경청에 수입허가를 하도록 하여 유독물 등의 수입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는 화학물질 수입자가 화학물질 확인 명세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화관법」 제19조, 제31조 및 제33조의 규정에 어긋나게 수입신고, 수입허가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될 경우 협회로부터 그 업체 명단을 받아 지방 환경청으로 하여금 조사하도록 하고 있음
※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는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통관자료와 해당 업체가 제출한 화학물질 확인 명세서, 수입관련 신고 또는 허가 자료를 분기별로 비교하여 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가 발견되면 의심업체 명단을 작성하여 각 지방 환경청으로 자료를 보내고 있음
그런데 협회는 2012년과 2013년에 의심업체의 10% 이상인 675개 업체의 주소지가 확인되지 않자 이를 각 지방환경청에 보내는 의심업체 목록에서 제외하였고, 각 지방청은 2011년부터 2013년 6월 사이에 협회에서 받은 조사대상 업체의 20%에 해당하는 949개 업체를 조사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2011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총 1,624개 업체가 아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결과가 발생함
이 문제는 이미 2011년 환경부가 ‘화학물질 확인제도 업무개선 방안’을 마련하였을 때 파악되었으나, 일선에선 여전히 업무처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이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되었는데도 본 위원실에서 확인해본 결과 아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애초에 관세청으로부터 통관자료 등을 받을 때 업체를 식별할 수 있는 주소, 전화번호 등을 확보하는 등 자료를 확보하였으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또한 「화관법」 위반이 의심되는 업체가 관리대상에서 빠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또 실무자들은 업체를 확인하는 데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고 있어 하루 빨리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렇게 의심업체 명단을 받아도 관할 환경청의 감독과 행정처분은 과태료 정도의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화학물질 제조․수입업체 7,410곳을 대상으로 한 점검결과 위반사업장의 76%가 확인명세서 미제출로, 모두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더욱이 확인명세서 허위제출은 단 한 곳도 없어 지도점검이 형식적이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화학물질 수입에 대한 관리감독에 있어 환경부와 타 부처간의 손발이 맞지 않다는 점에 있다. 「대외무역법」 제12조에 따르면 관계 행정기관의 장은 수출․수입요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경우 이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되어 있고, 「관세법」 제226조에 따르면 세관장의 확인이 필요한 수출입물품은 그 물품과 확인방법, 확인절차,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관세법 제226조의 규정에 의한 세관장 확인물품 및 확인방법 지정고시」에 미리 공고하여야 한다.
※ 「관세법 제226조의 규정에 의한 세관장확인물품 및 확인방법 지정고시」는 관세법 이외의 타 법령에서 정한 요건(검사, 검역, 허가, 승인, 추천 등)을 구비하도록 한 물품 중 세관장이 통관단계에서 요건 구비여부를 확인할 대상물품 및 확인절차를 규정한 것으로 「통합공고」에 게기된 법령 중 주무부장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국민보건, 사회안전, 환경보호 등과 직결되는 물품에 한하여 ‘관세법 제226조 관련 고시’로 지정 운영하고 있음.
※ 「통합공고」에 규정되어 있더라도 ‘관세법 제226조 관련 고시’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 통관단계의 요건구비여부 확인절차는 생략되나, 수입자는 해당 법령에서 정한 의무사항을 이행하여야 함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의 「통합공고」, 관세청의 ‘세관장 확인물품 고시’ 및 환경부의 유독물 및 취급제한․금지물질 목록들이 서로 상이해 유독물과 취급제한․금지물질이 세관장 확인 없이 그대로 수입․유통될 수 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경우 어느 정도의 유독물과 취급제한․금지물질이 미신고 또는 미허가 상태에서 유통되었는지 추정조차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 미신고나 미허가업체로 의심되는 업체를 적발하는 데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 환경부는 통관규제 개선 협의 과정에서 ‘세관장 확인대상’과 ‘통합공고’의 내용이 일치되도록 세관장 확인대상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힘
그런데 관세청에서는 통관규제 완화 차원에서 기업의 성실도에 따라 세관장확인제도를 선별적으로 적용할 예정으로 화학물질 수입에 있어 사각지대가 더욱 넓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기존의 화학물질 수입체계를 뛰어넘는 ‘해외직구’의 경우, 어느 정도의 화학물질이 어떠한 과정으로 유통되고 있는지 추정조차 어렵다는 문제가 있지만, 아직 환경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은수미 의원은 “많은 소비자들이 가정에서 쓰이는 페인트 등의 화학물질을 해외에서 쉽게 구매하여 우리나라로 들여오고 있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약품들, 간단한 실험키트 등은 구입만 가능하다면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고 들여오고 있으며, 또 이러한 수입절차들이 공공연히 공유되고 있다”며 “「화평법」의 정신은 ‘No data, No market’이라는 규정으로 정의될 수 있으나, 통관규제 완화로 해외직구를 통한 화학물질 수입이 보다 쉬워진다면 화평법의 정신이 몰각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면서 “2015년 화평법 시행 이전에 이러한 부분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