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의 절반 '대박 성과급'에 평가기준도 졸속…'미흡' 평가받아도 성과급은 2천7백여만원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원-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연구원들의 복리후생비를 삭감하는 성과에 따라 연구기관장들끼리 수천만원의 성과급 잔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실(국회 정무위)이 경제인문사회연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연구회는 올해 6월 20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의 이행 여부를 연구기관평가에 주요하게 반영하는 '2014년도 연구기관 평가편람'을 의결하고 이에 따른 '2014년도 기관장 보수(안)'도 확정했다. 확정된 기관장 보수안에 따라 연구회는 기관장 기본연봉액을 1.7% 인상하는 것과 함께 최고 5천만원의 성과연봉을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2014년도 연구기관 평가편람'에 따라 개편된 평가지표는 평가결과를 매우우수/우수/보통/미흡/매우미흡으로 설정하여, 평가결과가 '미흡'하더라도 2,750만원의 성과연봉을 지급하며 '보통'인 경우에도 3천 5백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수천만원의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는 '매우 미흡'할 경우 뿐이나, 실제 '매우 미흡' 평가를 받은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또한 연구회는 재임기간이 6개월 미만인 기관장(2013년 12월말 기준)과 2014년도 신임원장(기관장)의 경우에도 '보통' 등급을 적용하여 성과연봉을 지급키로 했으며, 이같은 성과연봉제를 올해 1월 1일로 소급해 적용하기로 했다.
연구회 산하 기관장들에게는 2013년 기준으로 평균 8,376.4만원의 기본연봉 외에도 직책수당으로 2천만원 이상이 지급되어, 성과수당을 제외하더라도 지급액이 평균 1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물론 법인카드 사용액이나 업무추진비 혹은 판공비(법인카드, 현금 등) 등은 별도로 지급된다. 업추비 및 법인카드 사용은 기관에 따라 편차를 보이지만 이 역시 한 기관장이 쓰는 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한다.
특히 연구회는 박근혜 정부의 연구원들의 복리후생비를 일괄적으로 50% 삭감하는 정부의 '공공부문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기관장들에게는 연봉의 50%가 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연구회 산하 연구원들의 임금은 민간연구소들 보다 임금 수준이 크게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넘어 인상된 적이 없다는 연구원들의 내부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책연구원들은 매년 보도가 되고 있는 것과 같이, 민간연구소들 보다 임금과 처우가 크게 낮아 항시적인 인력유출 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국책연구원들이 지방이전을 시작함에 따라 이같은 인력유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상규 의원실이 제출받은 연구회 산하 국책연구기관들의 연구원 이직률 현황(정규직 기준)을 보면, 정년퇴임과 임기 만료를 제외하고 올해에만 7월까지 총 67명이 국책연구원을 떠났고 이는 전체 정규직 연구원 대비 2.95%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전체 2265명 가운데 119명이 국책연구원을 떠나 이직율은 5.2%에 달했다. 국책연구원들은 2012년 4.5%(2249 중 102명), 2011년 4.3%(2214 중 97명), 2010년 4.4%(1987중 89)로 매년 4~5%의 높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다.
안그래도 인력 유출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의 '공공부문 정상화 방안' 이행 실적이 기관평가를 좌우하도록 개편한 것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상화 방안의 핵심은 1인당 복리후생비 50% 감축이다. 민간연구원에 비해 열악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자들의 복리후생을 후퇴시키는 실적에 따라 기관장들이 수천만원의 성과급 장치를 벌이는 격이기 때문이다.
연구회가 '2014년도 연구기관 평가편람'을 의결해 개편한 평가지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구회는 △'연구기관의 정부과제 지원성과' 항목을 100점에서 80점으로 △'고객만족도 조사결과'를 30에서 20으로 △'산학연 고객만족도 조사결과'를 20에서 10으로 △'연구과제 선정 및 수행의 적정성'을 10에서 5로 줄이는 등 연구분야 평가점수를 50점 줄이는 대신, '복리후생제도의 합리성'을 50점 규모로 신설하는 등 경영분야 평가에 배점을 50점 늘렸다. 전체 배점으로 보면 연구분야와 경영분야가 기존 800/200에서 750/250으로 변경되어 연구분야 배점이 3/4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연구분야의 경우 실제 평가에 있어서는 변별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경영분야에 대한 평가결과, 특히 50점을 차지하는 '복리후생제도의 합리성' 다시말해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들의 복리후생제도를 얼마나 축소시키는가가 연구기관평가를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국회 정무위)은 "공공부문 기관장들의 고질적인 '밑돌 빼서 윗돌 괴기'가 국책연구기관들에서도 자행되고 있다. 이런 행태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와 세종시 이전으로 고민하고 있는 국책연구원들의 이직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국책연구원들의 복리후생을 후퇴시키는 대가로 기관장들에게 수천만원 성과급 잔치를 하는 것이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할 일인지 자문해 볼 일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연구기관들 위에 군림하려 하기 보다 연구기관들을 지원-육성하기 위한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