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총재 선출 중앙위원회에 중앙부처 장관들 참석 전무 김성주 총재 임명 땐 복지부, 교육부, 외교부, 통일부 장관 모두 참석 정치적 독립성, 중립성을 강조한 적십자운동정신에 반해
누가 기관장으로 추천되었는지 모르고 모인 ‘깜깜 위원회’, 인적 사항 서류 없이 구두 추천만으로 이뤄진 ‘묻지마 인사검증’, 10분 만에 인사검증 끝낸 ‘졸속회의’ , 그 결과만 통보받고 즉각 만장일치로 기관장 내정한 ‘거수기 위원회’. 적십자정신인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지켜야 하는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회에서 최근 일어난 일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이 보건복지부 및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9월 24일 오전 7시 30분에 열린 적십자사 중앙위원회에서 위원들은 누가 총재 후보로 지명되었는지 모르는 상태로 회의에 참석했고, 8시 3분 총재 추천을 위한 전형위원회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 김성주 전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추천했으며, 10분 만에 끝난 전형위원회 직후 8시 11분 속개된 중앙위원회에서는 추천된 김성주 전 선대위원장을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선출되었음이 드러났다.
적십자사 중앙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오전 7시 30분 개회 후 총재 선출이 안건으로 상정되었지만, 누가 추천되었는지 아무런 안내도 없었고, 인적사항이 담긴 어떤 문건도 중앙위원들에게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게다가 총재 추천을 위해 별도로 구성된 전형위원회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 후 단 10분 만에 끝났다. 전형위원회 직후 재소집된 중앙위원회에서는 5개 부처 장관들은 물론이고 이건희 삼성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씨를 비롯한 중앙위원 21명 전원의 찬성으로 김성주 전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을 제28대 적십자사 총재로 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한적 총재를 뽑는 예년의 중앙위원회의 경우, 부처장관들이 참석하는 일이 없었지만, 유독 김성주 전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을 총재로 뽑는 이번 중앙위원회에서는 당연직 중앙위원인 5개 부처 장관, 차관들이 모두 참석했다는 것이다. 2007년 이세웅 총재, . 2011년 유중근 총재 선출 당시에는 복지부 차관만 참석했고, 4개 부처장관 대신 국장, 과장들이 참석했다. 심지어 사무관이 참석하여 총재를 선출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김성주 총재 임명 때에는 보건복지부, 안전행정부, 교육부, 외교부 장관이 모두 참석했고, 법무부의 경우 차관이 출석하여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김성주 전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에 대한 보은인사를 위해 5개 부처 장관들이 동원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김성주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상대 정당과 후보에 대해 막말을 퍼붓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김성주 전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인도, 공평, 봉사, 중립, 독립’의 적십자정신을 실천할 총재에 임명되는 것은 적십자정신을 훼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매우 정치적인 임명”이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김성주 의원은 “적십자 총재는 공모와 임원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치는 과정 없이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에서 선출된다. 이는 적십자사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위한 절차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이런 단순한 절차를 악용하여 스스로 대한적십자사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김성주 의원은 “예전에는 참석하지 않았던 중앙부처 장관들이 대거 참석하여 김성주 총재 선출에 거수기 역할을 한 것 자체가 문제이며, 박근혜 정권의 보은인사, 정치적 임명이었음을 드러낸 것”고 지적하고, “김성주 전 새누리당 선대위원장 선출을 계기로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회가 거수기 위원회, 깜깜이 위원회로 전락한 점에 대해 매우 깊은 유감을 가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