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 의뢰한 연구결과를 “기조차료에 불과” 감사자료 제외
- 환경부, 의뢰한 조사기법을 “검증 안됐다” 평가절하
- 미래부, 관련 연구예산 삭감, 추가 증액 안해
최근 가축 매몰지 인근 지하수에서 병원성 미생물이 발견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범정부적 차원에서 침출수 유출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호준 의원 (새정치민주연합/서울중구)이 감사원, 환경부,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으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의하면, 감사원과 환경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매몰지 침출수 유출 여부 확인을 위한 검사기법 개발과 실제 침출수 유출여부에 대한 조사분석을 의뢰했으나,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이를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정 의원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환경부로부터 ‘가축매몰지역 침출수 정화기술개발’을 의뢰받고 총 2년에 걸쳐 ‘닌하이드린 반응질소 분석법’을 개발했다. 이 분석법은 침출수 유출여부를 현장에서 1시간 이내에 판명할 수 있는 기술로서 환경부 관계자가 참석한 전문가회의와 현장시연을 거쳤으며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과학기술비서관 등 청와대 구제역TF팀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법 개발에 소요된 예산은 총 4억 1,5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 분석법으로 조사한 지역에서 침출수 유출이 확인되자 즉각 ‘검증되지 않은 기법’이라며 연구용역 결과를 스스로 부정하고 나섰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11년 2월 경기도 이천에서 실시한 매몰지 조사에서 실제 침출수가 유출된 것을 확인하자 “이 기법은 검증되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 환경부는 ‘가축매몰지 환경관리지침’을 내세우며 본 지침상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매몰지 침출수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환경부 기준으로는 침출수 유출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환경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진짜 침출수’를 가져와도 환경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제역 파문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자 이번엔 감사원이 나섰다. 감사원은 경기북부, 강원도 일부 등 총 96곳의 가축 매몰지에서 얻은 시료를 한국원자력연구원 측에 보내 닌하이드린 분석법을 통한 조사분석을 의뢰했다. 총 1개월 가량 소요된 조사분석 결과 매몰지 인근 지하수 등에 연결한 관측정 68곳 중 무려 31곳에서 NRN수치(가축사체 유래물질 반응수치)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830mg이 넘는 곳도 발견됐다.
NRN수치는 1리터 당 1mg(밀리그램) 이상 검출될 경우 구제역 침출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으로 일반 농가 주변 지하수에서는 최대 0.5mg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분석한 조사결과에 대해 사실상 반박했다. 감사원은 “닌하이드린 분석결과만으로는 침출수 유출여부를 확인하기 곤란하며 이는 기초자료에 불과하다”며 한발 빼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그해 말 ‘구제역 방역 및 관리실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침출수 유출로 인한 하천 등의 오염 우려가 있었다”고만 발표했을 뿐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미래부 역시 가축매몰지 침출수 오염 토양지하수 복원기술개발 사업이 포함된 예산을 17억원에서 12억원으로 삭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호준 의원은 “환경부와 감사원은 자신들이 의뢰한 조사기법과 조사결과를 스스로 뒤집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고 말하며 “구제역 침출수 유출과 관련하여 범정부적 차원의 은폐 의혹이 있다면 이는 매우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